미러링피플: 세상 모든 관계를 지배하는 뇌의 비밀

2013. 2. 14. 00:11리뷰
이 재용

미러링피플: 세상 모든 관계를 지배하는 뇌의 비밀
마르코 야코보니 지음, 김미선 옮김 2009.
Mirroring People : the new science of how we connect with others 
By Marco Lacoboni

인간의 육체를 이해하는데 DNA가 가장 핵심이듯이,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는데 거울 뉴런이 가장 핵심이다. 인간의 뇌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특별한 영역이 있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을 모방함으로서 학습하고, 모사(simulation)함으로서 상대방을 이해한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란 남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이 반응하는 신경세포이다. 영화 속에서 연인들이 키스를 하면, 그들의 머릿속과 똑같이, 우리들의 뇌 속 거울 뉴런이 흥분한다. 이런 매카니즘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학습하고, 공감하게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나는 이미 직관적으로 그럴 줄 알고 있어, 뭐가 새롭고 신기한 거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직관을 뇌영상을 통해 발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설명 방식들, 예를 들면 이론 이론(theory theory) 같은 것을 배척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성과이다.

UX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들은 3부에서 많이 나오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건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이므로 처음부터 살펴보면,


제1부 미러링 피플
제1장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읽는가?

전통적으로 감각,운동,인지 이렇게 세 가지는 각각 분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울 뉴런의 발견은 한 번에 둘을 부호화함으로서 지각과 행위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뜨린다. p32

제2장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되는가?
모방은 목표 지향적이다. 행동을 모방하는 것 보다는 목적을 모방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아주 고차원적인 모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와 인간의 뇌가 행하는 원초적인 모방이 목표 지향적이라는 뜻이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행동 모방은 어렵지만, 목표 모방은 쉽다는 사실이 더 잘 들어난다. p77

흔히 독심술(mind reading)이라 하지만, 마음은 책이 아니다. 읽을 수 없다. 분석할 수 없다는 거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모사(simulation)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뇌 안의 거울 뉴런들은 그 일을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해 낸다. p83 다른 사람이 컵을 쥐고 있는 것만 보고 있어도 뇌는 컵을 쥐는 행동을 따라하고 있다. 다만 컵 없이 흉내만 내는 무언극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제3장 정신은 육체에 묶여 있다.
발달상 손과 입은 하나라는 사실은 매우 많은 증거가 있다.
갓난 아기들은 다른 사람이 손바닥을 누르면 입을 벌린다(Babkin reflex), 아기들은 수시로 손가락을 빤다-그런데 손이 입에 도착하기 전에 입을 벌린다. 10주 아기들은 검지를 펼 때 입을 벌린다.
그런 이유로 손짓도 언어와 같은 것이다.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몸짓을 한 번도 보지 못하지만 말을 할 때 손짓을 쓴다. 어린 아이들은 손짓이 먼저 따르고 언어가 따르는데, 말로 미쳐 표현하지 못 한 것을 손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p96)
어렸을 때부터 궁금하던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 왜 나는 정밀한 가위질 할 때 항상 입에 힘이 들어가는 걸까?라는.

인간 뇌의 주요 언어 영역(브로카 영역)이 모방에도 결정적인 영역이며 동시에 거울 뉴런을 포함한다는 사실은 언어와 인지 전반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정신활동이 신체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뇌는 생각하고 몸은 단지 출력기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뇌와 몸이 함께 생각하고 반응한다. 이 관점은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으로 불린다. p103

즉, 개념을 잡는다 이런 말을 하면 실제 뇌에서 무언가를 잡을 때 작동하는 운동세포들이 작동한다. p104

연설이나 독백은 혼자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말하면 되고, 대화는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말해야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연설/독백보다 대화가 훨씬 더 어려워야하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정반대로 대화를 훨씬 쉽게 생각한다. 이유는? 거울 뉴런과 모방때문이다. 대화를 하는동안 우리는 서로를 모방한다. 그래서 쉽다! p108

다른 사람을 더 잘 모방하는 사람이 공감 능력도 높다. 결혼 생활의 질이 높을 수록, 부부는 서로 닮는다. p126

제4장 나를 보고, 나를 느껴봐
자기 인식과 공감 능력의 여부는 거울을 이용한 자기 인식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 테스트에 따르면, 영장류(즉 침팬지, 오랑우탄은 가능하고, 원숭이나 고릴라는 못한다. 인간은 두 돌 이후에 가능), 돌고래, 그리고 코끼리 정도가 이 능력을 보여준다. 이 동물들은 모두 어미와 새끼 사이의 상호작용을 오랜 기간 풍부하게 지속한다. p149

제5장 나와 타자, 그리고 우리에 관한 비밀

제2부 깨진 거울
제6장 깨진 거울을 고치는 방법

대략 1천명 중 한 명의 아이가 자폐증인데, 두 돌 전에 사회적 관계에 결함을 보이면서 진단된다. 몇몇 학자는 거울 뉴런계의 기능장애가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조사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에 '모방'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모방 기반 치료가 자폐증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나와있다. p170

거울 뉴런의 활동과 모방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사회적 역량이 뛰어난 아이일수록 거울 뉴런 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된다. 막대기 등을 움직이며 따라해보라고 하면, 정상아들은 그 사람을 모방하며 움직임의 스타일까지 따라하는 반면, 자폐아들은 행동의 목적, 즉 행위만 모방한다. 자폐아들에게 손상된 기능은 '인지적' 형태의 모방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정서적 형태의 모방이라고 본다. 주요한 분류기준(성별이라든지)이 차이가 없을 때, 정상아들은 사람 표정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반면, 자폐아들은 모자 모양이라든지 다른 것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p182-3

자폐증 환자들도 모방을 하는 동안 본질적으로 건강한 자원자들과 같은 뇌 영역을 활성화시키지만, 전두엽의 거울 뉴런 영역의 활성화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일련의 실험들은 모두 자폐증 환자에게서 거울 뉴런 결함이 발견된다는 결론으로 수렴된다. 자폐 장애 중증도가 심할 수록 거울 뉴런 영역에서의 활동이 저조했다. p186-187

모방을 기반으로 한 치료의 효과를 연구하는 그룹은, 파리의 자클린 나델,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샐리 로저스, 오리건의 브루크 잉거솔 Brooke Ingersoll이다. 자폐아에게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따라하기'인데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매우 중증 자폐 환자들이 가장 심한 상동행동 중에도 치료자의 모방은 자폐 환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한다. 효과는 거의 마법처럼 보인다. p190-192

나델의 자폐아 실험에서, "모방을 한 어른 vs 단순히 놀아준 어른"의 경우 모방하는 어른과 더 많이 상호작용했고, 이후 훨씬 더 '사회적 행동'을 보여주었다. p193

제7장 인간의 뇌, 그 한복판 속으로
우리 머리속에는 오직 빌 클린턴 사진을 볼 때만 반응하는 세포가 있다. 어떤 세포는 오직 비틀즈에만, 어떤 세포는 오직 자기 할머니 사진에만 반응한다. 이것을 할머니 세포 이론이라 부른다. p207
대학교수를 생각한뒤 문제를 풀면 더 높은 점수를, 훌리건을 생각한뒤 문제를 풀면 평균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는다 p210

제8장 자유의지에 관한 새로운 사실
매체 폭력이 모방 폭력을 부른다. 실험실에서 노출되면 아이들이 폭력적이되고, 언론에 폭력관련기사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폭력적이되고, 장기간의 추적조사에서도 이들의 상관관계가 나온다. P216

중독 환자의 경우도 중독 자극에 거울 뉴런이 반응하는 정도를 보고 재발을 예측할 수 있다.p226

제3부 미러링 월드
제9장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비밀

포커스 그룹(FGI)은 믿을만하지 않다. 1. 사람들은 주최측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2. 사람들은 의견이 강한 사람 의견에 동조한다. <- 이 두 가지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고, 3.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말로 설명할 때, 정보가 사라지거나 왜곡된다. 색상, 자동차, 와인 등 많은 대상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렇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말로 자세히 묘사하면, 오히려 기억은 훼손된다(언어적 뒤덮기 - verbal overshadowing) 이것을 슐러는 전달성 분열이라고 한다.  p233

두 명의 여성 사진을 준비한 후, 남자에게 보여준 뒤 매력적인 사람을 고르라고 하고, 고르면 바로 사진을 뺏은 뒤, 두 장의 사진 가운데 남자가 선택하지 않은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왜 이 사람을 선택했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듯한 이유로 잘 설명한다. 이 속임수를 알아내는 사람은 10% 미만이다. 이를 선택맹(choice blindness)이라고 부른다. 미러링피플 p234

이렇듯 소비자들의 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경과학을 이용하여 선택과 결정을 알아내는 것을 신경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기를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성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자동차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고르도록 한 뒤, 뇌의 어떤 영역이 자극되는지(보상계) 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남자들이 이런 활동을 할 때 자극되는 영역은 여성의 얼굴 사진을 볼 때와 같은 영역이다. 남자들에게 스포츠카는 매력적인 여성과 동일한 자극을 만든다. 미러링피플 p236

피험자들은 브랜드를 모른체 코카콜라와 펩시 콜라를 마신 뒤 선호를 기록했다. (이것은 매우 전형적인 blind test로 보통 브랜드를 모른 상태에서는 펩시가 이기고, 브랜드를 알면 코카가 이긴다) 그 다음 fMRI 기계안으로 들어가 빨대로 마시면서 선호를 측정했다. 브랜드를 알 때와 모르고 마실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다른데, 후자의 영역이 바로 '브랜드 효과(brand-effect)'를 만드는 영역이다. p239

거울 뉴런계의 활동으로 들어나는 제품과의 동일시는 미래 행동, 즉 미래의 결정과 구매의 매우 훌륭한 예언자가 틀림없다. 실험자들은 슈퍼볼 광고를 fMRI 안에 들어가 있는 피험자들에게 보여주고 뇌영역을 관찰했는데, 대부분의 영역은 활성화되지 않는 반면 거울 뉴런계는 활발히 반응하였다. 피험자들의 구두로 가장 좋은 광고와 시시한 광고를 고르게 하였을 때와 그들의 뇌가 반응한 광고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p247

상호 비방전이 시작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정치인 사진을 보여주면 지지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볼 때와 같은 영역'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한바탕 상호 비방전이 치뤄지고 나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의 사진을 봐도, 이런 활성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p252

제10장 정치 혐오자들과 정치 중독자들의 뇌

제11장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하여
인간의 거울 뉴런 영역은 모방 뿐만 아니라, 공감, 자기 자각, 언어에도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기껏해야 15년 동안 거울 뉴런을 연구해왔지만, 벌써 이 세포들이 틀림없이 인간의 뇌와 마음, 따라서 인간의 총체적인 이해에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거울 뉴런의 거대한 영향력은 우리 자신이 행위를 하는 동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행위를 관찰하는 동안에도 거울 뉴런이 발화한다는 '단순한' 기제에서 연유한다. 거울 뉴런계는 다른 사람들을 우리 자신의 뇌 안으로 투자하는 것 같다.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