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 3.실전편

2014. 1. 14. 00:51UI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최근 여러 트렌드 보고서나 뉴스기사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3D 프린터'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대중화의 길이 시작되어서 실제 접하고 느끼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원리나 사용 방법, 활용 분야, 관련 산업 등 3D 프린터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몇몇 도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터넷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전체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와 근미래, 3D 프린터의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이번에 기회를 내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3D 프린터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3D 프린터 - 1.기초편
3D 프린터 - 2.응용편 
3D 프린터 - 3.실전편 

이번 편에서는 쓰리디 프린터의 발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저의 실제 쓰리디 프린터 사용 후기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1. 쓰리디 프린터가 가져올 낙관적 미래

1) 나만을 위한 맞춤형 제품 만들기 

이전 편에서도 소개했지만, 쓰리디 프린터를 통한 생산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화와 맞춤화입니다. 이전에는 큰 비용을 들여서 금형(몰딩)을 제작해야 만들 수 있던 제품을 쓰리디 프린터는 바로 뽑아낼 수 있어서 훨씬 저렴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용 의료 기구 제작에 크게 활용되고 있고요. 개인적인 기호를 반영하는 취미용품 역시 원한다면 자신이 직접 모델링을 하거나 기존의 모델링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쉽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가능합니다. 쓰리디 프린터가 없어서 걱정이라면 Shapeways와 같은 출력 서비스 회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고, 후가공까지 깔끔하게 해서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금형 제작이 어려운 제품일수록 쓰리디 프린팅의 장점이 극대화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 출처: shapeways

2) 소자본 제조업 창업의 문턱 낮추기

국내에서 창업되는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제품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와 유통까지 과정이 복잡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제품 제작 자체에 큰 비용이 들어 소자본 창업자가 꿈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쓰리디 프린터를 이용한다면, 개인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로 제품화하고 이를 오픈마켓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보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위에 소개했던 쉐이프웨이즈에서는 이미 다양한 판매자들이 자신의 도안을 이용해 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작과 배송은 쉐이프웨이즈에서 대행하고요. 

미국의 Techshop에는 쓰리디 프린터를 비롯해 제품 제작을 위한 각종 기계와 공구를 구비해 놓고 월정액의 요금을 납부한 회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치 제품 제작자를 위한 헬스클럽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회원들은 테크샵 스태프들의 도움도 받고 다른 회원들과도 교류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합니다. 이러한 개인의 제품 생산 트렌드에 대해,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은 <메이커스>라는 책을 통해 이를 '메이커 운동(movement)'이라고 칭하며 현재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계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3차 산업혁명의 전조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쓰리디 프린터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변화는 아니겠지만, 분명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출처 : http://www.meetup.com/TechShopSanFrancisco/photos/1417711/

3) 생산수단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쓰리디프린터는 어떤 공장문도 닫게 하지 않을 것이다'(원제 : Surprise: 3D Printing Won't Be Closing Any Factories Down)라는 기사에서는 현재 쓰리디 프린팅 기술의 각종 문제점(조립의 한계, 속도 등)을 지적하며, 대량 생산 시스템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같이, 기본 인프라와 유통망이 미비한 곳일수록 쓰리디 프린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3d4agdev'라는 프로젝트에서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농기구를 디자인해 쓰리디 프린팅하는 것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Open Source Ecology'라는 비영리 재단을 설립한 자쿠보우스키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50가지' 기기를 오픈 소스 방식으로 개발하는 '지구촌 건설 세트(Global Village Construction Set·GVCS)'제작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툭하면 고장나는 트랙터에 지겨워 직접 자신만의 트랙터를 디자인해서 제작해보고, 이 트랙터의 3D 디자인과 설계도, 제작 안내 동영상, 재료비 등을 위키(wiki)를 통해 공개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쓰리디 프린터와 오픈소스 컨텐츠의 결합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보급된 쓰리디 프린터로 주민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기구를 뽑아 쓰고, 부품을 뽑아내 다른 쓰리디 프린터를 만들어 내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는 미래는 과연 상상에 그칠까요? 자쿠보우스키는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같은 곳 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대량생산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는, 지역 기반의 독립적 경제단위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데요. 쓰리디 프린터가 세상을 더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농기계·가전 12가지 싸게 만드는 방법을 세상과 공유

이외에도 쓰리디 프린터가 가져올 즐거운 미래는 상상하기 나름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 후에 물건 배송을 기다릴 필요 없이, 모델링 데이터를 사서 바로 뽑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건축용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해서 달이나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에 건축물을 지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쓰리디 프린터가 가져올 비관적 미래

1) 집에서 찍어내는 권총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해 무기를 만드려는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2012년 7월에는 권총의 몸통(lower receiver)을 쓰리디프린터로 플라스틱으로 뽑아내고, 나머지 부분은 원래의 부품을 활용해서 발사에 성공한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몸통 부분만을 프린팅한 것이었지만, 이 부분이 법적으로 관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는 법적인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2013년 5월에는 두 조각의 금속 부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뽑아낼 수 있는 Liberator가 등장했습니다. 놀라운 건 두 가지 모두 Defense Distributed라는 곳의 커뮤니티인 Wiki weapon에서 오픈 소스 협업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오픈 소스나 위키의 활용 방식도 참 다양하네요;;) 11월에는 쓰리디 프린팅 업체 Solid concepts에서는 금속 권총 제작에 성공해 쓰리디 프린터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본격화했습니다. 솔리드 컨셉츠 측의 대변인은 금속 권총 제작에 이용된 쓰리디 프린터는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성격의 행동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10월 말 영국에서 한 범죄조직이 쓰리디 프린터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총기를 제작하고 있던 것이 적발되는 등, 범죄와 관련된 이슈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듯 합니다.
이미지 출처 : Solid Concepts Blog


2) 무분별한 복제와 저작권 침해 

쓰리디 프린터의 보급화는 소자본 제조업 창업의 문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복제품 제작에 대한 문턱도 낮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자이너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된 피규어가 쓰리디 스캐너를 이용해 바로 복제될 수도 있고, 누군가 모델링을 해서 공유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재의 가정용 쓰리디 프린터의 품질이 조악하고 속도가 너무 느려 쓰리디 프린터 때문에 불법 복제가 더 만연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미 불법 복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으니까요. (이 논란에 대해 엔하위키 미러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허제 씨는 저서 '3D 프린터의 모든 것'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저작권 이슈로 크게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현재의 저작권은 개인으로 하여금 저작권이 있는 디자인을 다운로드 받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둘째는 '현재의 저작권은 개인으로 하여금 저작권이 있는 디자인을 재생산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것. 개인적인 사용에서는 크게 문제될 일이 없겠지만(문제가 되어도 규제할 방법이 딱히 없겠지만;;) 사업화 할 경우 반드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쓰리디 프린터의 보급과 함께 관련 저작권 규제가 어떻게 적용/변화되는지에 따라 쓰리디 프린터의 활용 범위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참고 링크 : pxd talks 40 - 애플과 삼성의 특허쟁점과 이해


3) 고용 시장의 축소

 쓰리디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20시간 만에 집을 짓는 기술은 자연 재해가 일어난 지역의 빠른 복구를 가능하게 하겠지만, 동시에 기존의 건축 현장에서 활용되는 인력의 규모를 대폭 축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비단 건축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 분야 등에서 쓰리디 프린터의 활용된다면 기존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저렴한 노동력을 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공장을 세웠던 선진국 회사의 제조시설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는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력의 실업률을 증가시켜,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런 논의 역시 기존의 공장 자동화와 고용 축소 이슈의 연장 선상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참고 링크 : Science progress, <Will the World Be Flatter in 3D?>(쓰리디 프린팅의 세계에서 세상은 더 평등해질까?)

 일단 낙관적-비관적 미래로 나누어 쓰긴 했지만,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결과도 낙관적일수도, 비관적일 수도 있습니다. 쓰리디 프린터로 변화할 미래의 모습은 쓰리디 프린터의 보급도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활용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예상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3. 실제 사용기

저는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해 간단하게 회사 기념품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1) 뽑아내는 과정  
① 구상하기

일단 스케치북에 다양하게 구상해 보았습니다. 

② 모델링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모델링을 합니다. Mac용 Rhinoceros가 현재 개발 버전(WIP)으로 배포 중인데,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모델링 후 OBJ 파일 형식으로 저장했습니다.

③ 프린터 소프트웨어로 파일 변환


메이커봇 사의 프린터의 경우 쓰리디 모델링 파일을 프린트하기 위한Makerware라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쓰리디 모델링 파일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 후, 프린트 항목(크기, 품질, 지지대 설치 여부 등)을 설정하여 내보내면 모델링 데이터와 프린트 정보까지 담아 x3g 형식으로 저장됩니다. 이 파일을 SD카드에 담습니다. 

④ 프린트 



제가 사용한 쓰리디 프린터는 메이커봇(Makerbot)의 Replicator 2 였습니다. 

<결과물> 


실제로 프린팅한 결과물입니다. 기본(Standard) 품질 기준, 가장 큰 것은 개당 약 50분 정도, 가장 작은 것은 개당 약 25분 정도 걸렸습니다. 


2) 실제로 활용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 

① 느린 속도 
현재 가정용 쓰리디 프린터 기술의 가장 큰 극복 대상은 속도라는 걸 여실히 느꼈습니다. 엄지 손가락 크기의 물체를 뽑는데도 25분이나 걸렸으니까요. 속도가 느리다보니, 중간에 오류가 나서 다시 뽑아야 했을 때 손실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② 어려운 후가공  

메이커웨어(Makerwar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인쇄할 때 지지대(support)를 같이 인쇄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빈 공간이 많고 구조가 불안정한 구조의 물체를 뽑을 때 특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같이 뽑힌 지지대를 떼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첫 번째 인쇄물의 지지대를 고생하며 떼어낸 후, 두 번째 인쇄할 때 지지대 없이 인쇄해보았는데 깔끔하게 뽑히는 걸 보면서 프로그램 자체에서 지지대 인쇄 여부를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제가 적층 과정에서 생기는 층을 다듬어 매끄러운 표면으로 만드려면 사포질 등의 다양한 후가공 작업을 추가적으로 했어야 될텐데, 수고스러움과 함께 손재주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일듯 합니다. 

*참고링크 :  해골 구조물에서 지지대 제거하는 작업 영상 

③ 필라멘트 교체 시의 불편함
흰색과 주황색의 필라멘트를 활용해 각각 뽑아 보았는데요. 필라멘트를 교체할 때 원료를 분사하는 노즐이 있는 압출기(Extruder)에서 기존의 필라멘트를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다시 새로운 필라멘트를 넣은 후 기다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크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힘으로 바로 끼웠다 빼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 여러 번 필라멘트를 교체할 일이 있으면 꽤 귀찮을 것 같습니다. 또, 압출기는 쓰리디 프린터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데, 필라멘트를 교체하다가 고장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치며 

아쉬운 점들을 몇 가지 열거해보긴 했지만, 이런 점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곧 개선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속도는 점점 빨라질 테고, 프린팅 품질이 좋아지면 후가공이 필요 없어질 겁니다. 필라멘트 교체의 불편함은 봇오브젝트 사의 풀컬러 쓰리디 프린터 '프로데스크3D(Prodesk3D)'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테고요. 사실 지금도 고가의 산업용 쓰리디 프린터에서는 다 가능한 기술이니, 문제는 얼마나 보급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드웨어 차원의 개선 못지 않게, 쓰리디 프린터의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와 스캐닝 기술, 모델링 소프트웨어, 모델링 컨텐츠와 같은 전반적 생태계를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제조사들이 모델링 공유 사이트나 스캐너도 같이 개발하며 생태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하나의 플랫폼이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활용되듯, 쓰리디 프린터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킬러앱(Killer-app)이 많이 나와야 진정 쓰리디 프린터가 개인의 삶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쓰리디 프린터 3부작 시리즈를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참고 링크 - 전반적 쓰리디 프린터 이슈 관련
LG경제연구원, <3D 프린팅, 개인 생산 시대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