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씽킹 교육도구 제작기 1/2 -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란

2015. 9. 3. 07:50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1편: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란
2편: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까지 (발행 예정)


pxd는 그동안 디자인 씽킹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고, 관련 오프라인 교육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교육은 전문 강사가 함께 해야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 강사가 없는 환경에서도 디자인 씽킹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 도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디자인 씽킹 교육도구 개발이 시작되었고 약 두 달정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두 편의 글을 통해 여러분께 이를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 글은 교육도구에 대한 내용을 담고, 두 번째 글은 개발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이렇게 개발 과정을 추가로 소개하는 이유는 교육도구가 그 자체로도 테스트-실패-학습-반복 구조의 디자인 씽킹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번째 개발 과정 소개글에선 실제 제품 개발에 있어 디자인 씽킹적 접근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먼저 디자인 씽킹 교육도구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에 대해 알아볼까요?


디자인 씽킹의 본질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말 그대로 디자이너들의 사고 방식(Thinking of Designer)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Designer)는 어떤 사람일까요? 디자인씽킹을 만든 IDEO의 Tim Brown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거듭된 실패에 굴하지 않고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Tim Brown, IDEO


그렇습니다.
디자인 씽킹의 뿌리는 IDEO에 있고,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정의도 공감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것을 디자인 씽킹과 디자이너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로 받아들이고,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디자인의 본질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디자인 씽킹 교육도구는 ‘현재 상태의 문제를 정하고’,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고’, ‘실패 후 고쳐서 다시 실험하기’ 순의 3단계로 구성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3단계와 디자인 씽킹 5단계>

그럼 지금부터 교육도구와 함께 각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현재 상태의 문제 정하기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장소(교실, 운동장, 내 방, 과학실 등)를 정해서 '있는 그대로' 만듭니다.


준비물은 테이프와 가위, 펜만 있으면 됩니다. 그림을 특별히 잘 그릴 필요도, 손재주가 좋을 필요도 없습니다.
교재에 제공되는 절취 종이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심하게 관찰할 수록 더 진짜 같은 장소를 만들 수 있겠죠?


2단계: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기

이제 만든 곳을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켜 봅니다.
그러려면 먼저, 불편했던 점이 뭐였는지 찾아봐야겠죠?

내가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려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했던 점을 물어본다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
아니면, 그 장소에 직접 가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불편함을 어느 정도 찾았다면, 여러 개의 불편함 중에 내가 꼭 해결하고 싶은 불편함을 정하고, 종이인형에 적어 무대에 올려봅니다.


그리고 색이 들어간 절취종이를 사용하여 해결 방법을 무대에 표현해봅니다.
그러면 현재 상태와 더 나은 상태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겠죠?


3단계: 고쳐서 다시 실험하기


해결방법이 추가된 무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봅니다.
어느 부분은 마음에 들고, 어느 부분은 바꾸거나 추가하고 싶은지 이야기 나누다보면 미처 생각치 못했던 더 좋은 해결책을 얻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면, 무대에 적용해서 더 좋은 해결책으로 발전시켜봅니다.


4단계: 마무리! 현실에 적용하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무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을 찾았다면, 망설임없이 현실에도 적용시켜 봅니다.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면, 교육도구로 만든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그러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다시 한 번 그것을 적용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켜서 다시 현실화해봅니다.

그것이 정말 더 나은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여 봅니다. 물론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어야만 진정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에 현실 속에서 이루어내지 못한 좋은 생각은 한낱 꿈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디자인 씽킹은 어디까지나 사고방식일 뿐, 디자이너로서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해내는 것까지가 디자이너의 역할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부록: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


1,2,3단계의 과정이 끝난 뒤엔 ‘해주고 싶었던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디자인 씽킹에 관한 못 다한 이야기들을 전달합니다. 못 다한 이야기 안엔 ‘디자인’과 ‘디자인적 사고’가 뭐가 다른지, 디자인 씽킹을 통해 현실 속에서 결국 그것을 이루어낸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사고 방식인 ‘디자인 씽킹’에 관한 정리가 순서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이전 과정을 돌아보며 각 단계의 의미에 대해 이해하고, 경험에 이론이 더해져 디자인 씽킹을 완전히 습득하게 됩니다.


최종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교육 도구의 효과


영상은 최종 시제품 테스트 모습을 담은 소개 영상입니다. 초기 1,2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간단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종 시제품 테스트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아이들

아이들은 '디자인 씽킹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참 재밌네’라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완전히 몰입해서 즐겼습니다. 시간 제약 때문에 교육 진행을 마무리해야 했을 때 아이들 모두가 하나같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며 교육도구로 제공하고자 했던 경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평소 국영수 수업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던 훌륭한 재능을 뽐내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현장에서 담임 선생님도 그 모습을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보셨습니다. 이렇게 묻힐 뻔한 아이의 재능이 발현되는 모습은 저희에게도 커다란 보람이었습니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들의 재능이 이렇게 묻혀지고 있을텐데라는 생각에 저희는 더욱 더 힘을 내서 제품 개발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집에서 아버지와 그 학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 아이는 이렇게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동안 아무도 이걸 몰라봐줬다니..
-pxd, 강수연 디자이너


(2)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디자인 씽킹 교사 연구회 분들께서도 수업 현장에서도 활용하기 좋은 도구라는 평가를 주셨습니다. 연구회 분들의 반응은 남겨주신 코멘트를 통해 대신합니다.

"pxd는 마술공작소 같아요. 생각하면 뚝딱뚝딱, 말도 쉽게 술술~~. 덩달아 우리도 쓱싹쓱싹 되는 것 같아요~~. 이 좋은 것이 학교에 어떻게 하면 정착할 수 있을지 이제 더 본격적으로 고민해 봅시다~~” - 신성중학교 정미화 선생님

“선생님끼리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 것만으로도 최고의 아이템!" -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박근희 선생님

"손으로 직접 공간을 디자인해보는 즐거움! 믿고 활용하는 교육도구!” - 질문연구소 박영준 코치님

“드륵드륵 뜯는 맛이 중독성이 있네요. 뭔가 계속하고 싶어지고, 어떻게든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결과물이 나오네요." - 놀공발전소 임애련 이사님


(3)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테스트를 통해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IDEO의 Tim Brown이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디자이너’라는 점이었습니다. 교육도구는 재료를 주고 단계에 대한 가이드를 할 뿐, 나머지는 학습자의 몫입니다. 교육도구는 ‘만들기(Making)’라는 원초적 즐거움을 통해 그 과정이 시작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아쇠 역할을 할 뿐이죠.

그런데 학습자들은 미술적 재능에 상관없이 마치 예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디자인 씽킹을 활용했습니다. 그것은 분명 디자인 씽킹이 천재적으로 타고나거나, 외부에서 억지로 주입받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갖고 있던 것이라는 증거였습니다.

이렇게 교육도구가 강력한 동기를 불어넣어주고, 이후에 학습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마무리까지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가 처음 목표했던 '교사없이도 디자인 씽킹을 배울 수 있는 교육도구’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끝으로, 교육도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디자인 씽킹'이 뭔지 아는 사람이 많아지는게 아니라, ‘디자인 씽킹’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디자인 씽킹의 여섯 단계를 숙지하는 건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앞단에서 스스로가 디자이너의 마인드를 갖는 것입니다.
그것이 먼저 이루어진 이후에,
디자인 씽킹은 그것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줄 뿐입니다.
-pxd, 오진욱 주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오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내가 아닌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해져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생각의 전환입니다. 교육도구는 바로 이 맥락에서 ‘당신도 그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방금 전에도 훌륭히 해냈지 않은가’라는 메시지를 경험을 통해 일깨워줍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가 주고자 하는 경험입니다.

교육도구로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가 가진 가장 강력한 점은
디자인 씽킹이 뭔지 알기도전에 정신없이 몰입해서
디자인 씽킹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심마니스쿨, 강정욱 대표(개발 자문)

앞으로도 스스로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도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길 바라며,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가 그러한 움직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편에서는 ‘거듭된 실패에 굴하지 않았던’ 개발 과정을 다룹니다.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는 pxdstore.com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기타 관련 문의는 dt@pxd.co.kr로 보내주세요.

[참고##디자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