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새 공감(좋아요) 버튼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

2016. 3. 30. 07:50UX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페이스북이 '좋아요' 단일 버튼에서, 총 6가지 감정으로 바꿨다.


페이스북에서는 이것들을 공식적으로 '공감'(Reactions)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emoji, response button이라고도 하고, 한국어로는 이모티콘, 반응 아이콘, 공감 아이콘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1년 전쯤 마크 저커버그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지시했다고 한다. '좋아요'버튼이 생기자마자부터 듣기 시작한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이었으니 얼마나 오래 참아 왔던가. 물론 사람들이 가장 강력하게 원했던 것은 '싫어요' 버튼이었지만, 그건 들어가지 않았다.

http://vip.mk.co.kr/news/view/21/21/2509009.html


프로젝트를 총괄한 사람은 Julie Zhuo라는데, 수백가지 감정 중 단순하게 몇 개의 감정으로 추리기 위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자문이기도 했던 Dacher Keltner UC 버클리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대략 필요한 감정을 20-25개 정도로 줄였고, 그 중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표현'하는 감정들을 기존 사용자 댓글 등에서 추출하여 최종 7개를 선택했다. 이렇게 원래 7가지로 실험을 하다가 최종 출시에서는 yay가 빠지고 6개로 나오게 되었는데, yay는 다른 것보다 현저하게 사용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다음 문제는 어떻게 나타나게 할 것인가?인데, UX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고민할 만한 문제에 적절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아래 영문 와이어드 기사는 꼭 읽어 볼 만 하다.

http://www.wired.com/2016/02/facebook-reactions-totally-redesigned-like-button/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 최고의 히트 UX인 '좋아요' 단일 버튼으로 계속 유지하길 바랬지만, 늘릴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것도 이해는 간다. 사실 '좋아요'의 강력함은, '좋아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요 하나 밖에 없음'에 있기 때문이다.


1.

그런데, 일단 '딱 하나'를 포기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나머지 부분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서 고른 6개일테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일 것 같긴 하지만) 좋아요 말고 내게 제일 필요한 건 '공감해요' 버튼이었다. 무언가 글을 쓴 사람을 위로하고 싶은데, 글로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것이 즐겁든, 슬프든, 화나든) 지지하고 싶은 때가 제일 많은데, 그 버튼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물론, 상대가 즐거워 하면 나도 '즐거워요'를 누를 순 있지만... 그건 좀 다른 거 아닐까?


친구의 아는 사람이 죽어서 슬프다고 한다. 나는 '슬퍼요'를 누를 수는 없다. 나는 슬프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끼는 친구가 슬프다니, 그에게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은데, 내게 제일 필요한 그 버튼이 없다.


내가 디자이너라면, '공감해요'를 우선 추가했을 것 같다. 기쁜 일에는 '좋아요'를 공감으로 쓸 수 있지만, 슬프거나 화나는 일에 '좋아요'를 공감으로 누르기는 매우... 꺼려진다. 내가 '좋아요'에 답답함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다. 결국 친구가 슬프다는데, 친구 아이가 아프다는데, 아무도..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는 현상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반응이 매우 싸늘한 느낌인데, 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 하고 싶지만 '좋아요'를 누르는 건 너무 이상하기 때문에 안 누르는 것이니까.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요'와 '공감해요' 버튼 외에 다른 것들을 넣는 것은 싫지만, 디자이너로서는 어쨌든 결국 다른 감정들도 넣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어차피 1개가 아니라면... 2개나 6개나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


2.

두 번째로, 왜 거기에 언어적 설명을 붙였을까? 그냥 이모티콘만 남겨두면 되지 않을까? '좋아요'가 있긴 하지만, 글자로 설명을 다는 순간 다양하게 해석하고 활용할 여지를 없애 버리게된다. 보도 자료에는 '좋아요-사랑해요-하하-와우-슬퍼요-화나요'라고 나와있는데, 지금 작동해 보면 '좋아요-최고예요-웃겨요-멋져요-슬퍼요-화나요'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아마 테스트를 계속 하면서 바꿔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하트면 하트 자체로 족하지 '사랑해요'나 '최고예요'나 없는 것이 제일 낫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 말에는 각 단어들의 형태를 맞추었는데 (보도 자료의 경우에는 안 맞는다) 영문의 경우, 단어가 서로 문법적으로 안 맞는 비난도 있는 모양이다. (어떤 건 형용사, 어떤 건 감탄사, 어떤 건 동사나 명사 등) 


디자인팀이 이런 저런 사실을 모르거나 놓쳤을 것 같진 않고, 아마 충분히 고려하여 일부러 넣은 것 같은데, 이렇게 결정하게 된 근거 데이터나, 논리적 이유가 궁금하다.


3. 

그래도 '싫어요'를 넣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거였지만, UX가 반드시 사용자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부정적인 반응은 페이스북을 더 황폐화 시켰을 것 같다.


4. 

나타나는 방식에 있어서도 6개가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 우선 매우 보기 싫었을 것이고, 혼란도 유발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롤오버(마우스)나 롱프레스(터치)에 의해 나타나게 한다면, 사람들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은 조금 걸려도 큰 반발없이 부드럽게 수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굉장히 많이 고민했을테니 외부에서는 모르는 많은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긴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다만, 영어 문화권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한데 아직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참고##UI 디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