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UX 디자이너가 되는 6가지 방법 - 1만 시간의 재발견

2017. 1. 12. 07:50UI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UX 디자이너나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잘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하는 욕심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욕심이 큰 사람은 내가 세계적인 UX 디자이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남들보다 조금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라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명확한 원리와 방법을 제공하는 책이, 바로 '1만 시간의 재발견'이다.


1만 시간의 재발견

노력은 왜 우리를 배신하는가?

PEAK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안데르스 에릭슨, 로버트 풀 지음 


과학이 밝혀낸 '전문성'의 비밀

우선 이 동영상을 한 번 보길.


파트 2도 있다.


1만 시간만 하면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가 된다고 했는데, 왜 우리 모두는 이런 전문가가 되지 못했는가?

바로 이 책은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철저히 반박한다.


1. 노력이 중요하다.

전문가가 되는데 노력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시간만 많이 들여서 노력한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체계적인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가 중요하다.

- 자신의 한계를 살짝 넘어서는 (=고통을 수반하는) 연습

- 체계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반복 연습

- 명확한 목표를 갖는 연습

- 진짜 피드백, 그게 안 되면 좋은 선생님, 그것도 안 되면 적어도 피드백 비슷한 것을 줄 수 있는 체계가 필요.

이러한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아 이 일은 대략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라는 '감'이 마음 속에 굳게 자리잡아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2. 재능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고통스러우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이런 변명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호하게 얘기한다. 재능은 없거나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열심히 한 것이 성년이 되어 '재능'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성년이 된 후에도 노력하면 '재능'이라는 걸 갖게 된다. 다만 성인은 그만큼 노력하지 않을 뿐이다.


꼭 전문성을 가져야 하나?

꼭 그렇게 최고가 되어야 하나? 꼭 그렇게 전문성을 가져야 하나? 

피엑스디에서도 가끔 듣는 질문이다. 신입 사원일 때는 누구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데, 3-4년차 정도 되어 대략 일이란 것에 대해 익숙해졌다 싶으면, 지금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연습이나 수련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점차 하지 않게 된다. 그냥 늘 해 왔던 대로 비슷하게 한다. 

뭔가 답답하고 성장이 없는 것 같다는 걸 자기도 느끼지만 그것이 자기 탓이 아니라 환경 탓인 것 같고, 이 회사에선 더 배울게 없는 것 같고, 그래서 회사도 옮겨 보게 된다. 때로는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기웃거리면서 뭔가 신기한 이야기를 몇 가지 주우면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위하게 된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왜 그렇게 자기 발전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면, 너무 할 일도 많고, 피곤하다. 근데 꼭 그렇게 최고가 되어야 하나? 그냥 좀 편하게 살면 안되냐?라고... 답하게 된다.

대학생때부터, 신입 사원 때부터 '나는 편하게 살겠어'라고 작정한 사람이라면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만약 입사할 때는 '나도 뭔가 해 보겠어'라고 대답했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다시 되묻고 싶다. 왜 바뀌었냐고... 그냥 잘 안되니까 포기한 거 아니냐고.

굳이 세계 최고가 될 필요는 없지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전문성을 높혀서 연봉도 올리고, 회사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자 이제 온갖 비겁한 변명과 핑계를 다 물리치고, 지금이라도 더 나은 디자이너로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굳은 결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읽고 따라해 보자.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어떻게 하면 디자인에 적용할까를 고민하여 적어본 글이다. 물론 이대로 할 필요는 없고, 각자 책에서 얻은 교훈대로 하면 될 것이다.



디자이너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

디자이너가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면,

1. 어제와 다르게 하기.

디자인을 하면서,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해 보자. 늘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실력이 늘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바보같은 일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표를 받는 수많은 징수원 가운데, 오토바이로 전단지를 돌리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인형 눈알을 붙이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단 한 명의 사람을 자세히 보면, 언제나 자신의 직업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개선해 온 결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경우가 많다.

포토샵을 좀 더 빠르게 다룰 수 있다면, 시안을 좀 더 잘 뽑아 내려면, 어떻게든 어제와는 다른 방법으로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남들보다 먼저 적용해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업무에서 오늘, 어제와 다르게 내가 새롭게 시도해 본 것은 무엇인가?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10년 뒤에도 당신은 똑같을 것이다.


2. 내 약점을 알고 개선의 목표를 명확히 하기

그러나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면,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가 잘 못하는 부분만을 반복하여 연습하는 악기 연주자나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생각해 보면, 무언가 한 단계 도약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내가 디자인 시안을 만들 때 부족하다고 반복하여 지적받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UX 설계를 할 때나, 리서치를 할 때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 부분은 무엇인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거나 발표를 할 때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보통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을 때, '프리 토킹'을 떠올려 보지만 실제로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절대 영어는 이런 식으로 늘지 않는다. 이 책 p 244에서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라. 다양한 질문을 하지 말고."라고 말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말을 하면 절대 영어는 늘지 않는다. 대답을 못 알아듣겠으면, 같은 대답을 반복해달라고 해라. 영화 여러 편을 보지말고,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봐라. 다만, 단순 반복 아니다. 제발. 매번 틀린 부분, 못 알아들은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반복해야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 된다.

파악된 문제점을 계속 반복하여 연습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 연구/고민 해야 한다. 그냥 한 번 스윽 해 보고 '되네'하면서 끝내면 안 된다. 김연아 선수가 같은 점프를 한 번 된다고 더 이상 연습 안 하는 것이 아니다. 틀림없이 될 때까지 같은 점프만 뛰고 또 뛰고 한다. 당신이 디자인하면서, 그렇게 반복하여 연습해 본 것은 무엇인가?


3. 나를 고통에 밀어 넣기 (comfort zone 벗어나기)

떄로는 이렇게 나를 개선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나의 한계를 살짝 넘는 무게를 들면 들 때도 고통스럽지만 다음 날까지 근육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운동을 해본 사람은 안다. 그 고통은 내 세포가 파괴되고 다시 만들어지면서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도록 강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두뇌도 정확히 똑같다. 일하는 것이 즐거운가? 그럼 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디자인 실력을 늘리려면 그런 고통을 수반해야하는데, 때로는 그게 내 힘만으로는 안된다. 운동은 하기 싫기 때문에 어떻게든 운동을 하게 만드는 환경 (때로는 이것이 퍼스널 트레이닝이다)에 나를 밀어 넣어야 한다. 

때로는 많이 배울 수 있는 고통스러워 보이는 프로젝트에 나를 넣어야 한다. 때로는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 있는 에이전시 같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다양한 산업의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해 보아야 실력이 는다.

대중 강연이나 교육 강사를 맡겠다고 억지로 약속을 한 뒤, 그것을 준비해 나가다 보면 약속 날짜가 다가올 수록 '아.. 내가 왜 이걸 하겠다고 해서 이 고생인가'라는 후회가 막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걸 하고 나면 매우 뿌듯하고 나도 성장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또 나를 그 약속으로 밀어 넣는다.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정이 넘어서 책을 읽다 보면, 살짝 눈이 감겨 졸 때가 있다. 하지만 블로그를 쓰겠다고 제목을 입력해 두고, 졸다깨다 하면서 블로그를 쓰게 되면, 결국은 어느 시점에 책을 다 읽고 블로그도 완성되어 있다. 맑은 정신에 다시 보면 고칠 곳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도 안 읽고 블로그도 안 쓰게 된다.

디자인하면서, 자신이 성장을 위해 밤을 새워본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인가? 읽어야 할 책을 읽기 위해, 연습해야할 과제를 위해, 밤 잠을 줄이거나 주말 약속을 취소해 본 적이 언제인가?

다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고통이 곧 성장은 절대 아니다. 간혹 밑바닥부터 박박 기어보겠다라는 '황당한' 의지를 불태우는 분들을 보는데, 그건 성장과 아무 관련이 없다. 성장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대부분의 고통은 성장과 무관하다. 에이전시는 단기간에 실력을 늘려줄 수 있는 좋은 장치이긴 하지만, 아무 에이전시에서나 아무 프로젝트나 고통받으며 야근한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4. 좋은 선생님 만나기

그런데 개선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피드백'이다. 많은 부분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연습의 과정에서 즉시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더 좋다'라는 것이 어느 정도 틀이 잡힌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직장에서 어떤 부서를 갈 것인가,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할 것인가? 능력있다고 잘 알려진 선배 밑으로 가야 한다. 그 사람 밑에서 내가 하는 일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깨지면서 배워야 실력이 는다. 좋은 선생님을 찾는 일이 발전의 초중급 단계에서는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선생님의 단점은, 그 선생님 이상은 더 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또 언제나 선생님이 구해지는 환경은 아니게 된다. 또한 직장이나 사회에서 알려진 '실력자'는 헛된 명성일 확률이 제법 높다. 따라서 나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5. 좋은 사례로 배우기

선생님도 없는데다 매우 창의적인 부분이어서 정확한 정답이나 피드백을 얻을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연습할까? 이 책은 p240에서 벤자민 프랭클린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킨 예를 들고 있는데, 이에 관하여 디자인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자기 자신을 향상 시켰다는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

우선 자신의 약점을 잘 발견하자. 그 다음은 자기가 갖고 있는 그 약점이 안보이는 뛰어난 디자인을 찾는다. (약점을 모르겠으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디자인 분야의 뛰어난 작품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것을 꼼꼼히 살펴본 뒤, 그 디자인을 간단하게 글로 메모한다. 이렇게 글로만 메모한 메모를 2-3개월 뒤 다시 열어보면, 그 디자인이 어슴프레 기억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원래의 디자인을 다시 찾아보지 말고, 그 느낌만으로 자기가 디자인을 한다. 완성한 후에 원 디자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약점이 무엇이고, 무엇을 더 잘 해야하는지 배운다.

이 방법은 마음 속에 '잘 된 것에 대한 상'은 만들어지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자기가 채워야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연습이 될 수 있고, 완성한 후 비교해 볼 수 있는 교본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완벽한 훈련 방법이다.

UX도 마찬가지다. UX가 매우 잘 구성되었다고 하는 사례를 찾는다. 간단히 메모한 뒤, 몇 개월 뒤, 자기가 혼자서 그 UX를 구성해 본다. 그리고 실제 잘 된 사례와 비교해 본다. 리서치가 약하다면, 과거 1-2년전 매우 잘 된 프로젝트의 인터뷰 스크립트만 다시 읽어본 뒤, 자기 스스로 리서치 인사이트를 찾아낸 뒤, 원래의 것과 비교해 본다.

피엑스디에서 신입 사원을 훈련 시킬 때 '해적 캠프'라는 것을 연 적이 있다. 과거 피엑스디가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찾아서, 그 초반의 과제 목표들을 공유한뒤, 자기 나름대로 발전시킨 후 그 결과를 선배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습은 학생 때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실제' 프로젝트를 가지고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피엑스디 신입 사원 중에 가장 '무서웠던' 신입 사원은 저녁 마다 남아서 피엑스디가 과거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꼼꼼히 읽어 보는 신입 사원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수년간 근무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직장 3-4년차 된 '직장인' UX 디자이너, 혹은 시각 디자이너들은 보통 '더 이상 이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다'거나, '이제 대충 UX는 다 알겠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묻는다. 최근 한 달 동안, 돈 벌기 위해 일한 거 말고, 자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몇 시간인가? 실력 향상을 위해 제대로 살펴본 사례는 몇 건인가?


6. 궁극의 방법은 Real Feedback을 받는 환경에 들어가기

그러나 이 모든 방법을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 실력이 는다. 선생님으로 배우더라도 그 선생님의 실력을 못 넘고, 혹은 그 선생님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사례를 보고 배우더라도 그 사례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나를 고통에 밀어 넣고 부족한 것을 연습했지만, 실은 그게 부족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진짜 실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디자인을 하면, 그것을 사용하는 '진짜' 사용자들로부터 즉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들어가야 한다. UX를 설계하면 내 팀장님이 뭐라고 하든, 내 클라이언트가 뭐라고 하든 사실 다 틀린 이야기일 수 있다. 그 UX를 사용하는 한 두 명의 사용자도 틀릴 수 있다. 그 UX를 사용하는 많은 사용자들이 실제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것이 진짜 피드백이다. 진짜 피드백을 빨리 얻을 수만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실력이 금방 늘 것이다.


결론

흠...

써 놓고 보니 모두 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들인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잘 읽고 그 근본 원리를 이해했다면 위의 방법들이 '좋은 선배 만나서 열심히 배워라'라거나 '빡신 직장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굴러라' 따위의 조언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단순히 열심히하는 건 의미 없다. '목적 의식'을 가지고 의식적인 수련을 해야 한다. 잘못하는 부분을 반복하여 고쳐가면서, 잘 하는 것에 대한 '심적 표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사례도 좋고 선생님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인 진짜 피드백이다.


참고 : 1만 시간의 재발견 : 말콤 글래드웰을 까다?!

참고 :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

[참고##진로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