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5. 07:50ㆍUI 가벼운 이야기
요즘처럼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1년 전 가을날,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었습니다. 회사의 해외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Euro IA 2016에 참여했기 때문인데요, 그때와 비슷한 햇살과 높은 하늘을 바라보니 작년의 기억이 떠올라 저의 Euro IA 2016 참관기를 공유합니다.
Euro IA는 유럽 내에서 IA(Information Architecture) 및 사용자 경험(UX)에 대해 다루는 컨퍼런스입니다. 이 전까지 브뤼셀, 바르셀로나, 로마, 베를린, 파리, 프라하 등 유럽 전역을 돌며 개최해왔고, 2016년에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무려 12년 동안 지속하어 왔다고 하니 그 규모와 명성을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 : [해외교육] Euro IA 2013 둘러보기)
2016년에는 "Connected Things Amongst Us"라는 주제로 3일 동안 다양한 워크숍과 기조 연설, 사례 발표 등이 구성되었고, 이를 통해 최신 UX 트렌드와 업계 동향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주제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단순히 웹페이지나 모바일에서의 경험을 넘어 다양한 기기, 채널, 네트워크 등의 연결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세션별 다양한 세부 주제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내용을(기억을 더듬어...) 워크숍 경험 위주로 적어보겠습니다.
Design Sprints at the BBC
하루에 하나씩 들을 수 있었던 총 3개의 워크숍 중, BBC의 UX팀 세션이 기억에 남는데요.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라는 방법을 통해 평소 BBC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스프린트란, 구글 수석 디자이너인 제이크 냅이 개발한 방법으로 5일 동안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프로토타입 테스트까지 실행하는 아주 짧은 시간의 디자인 씽킹 해결법입니다. BBC는 매우 큰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얻기 위해 디자인 스프린트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테스트해보고 더 나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방식이죠. 이를 통해 '일단 잘못된 길이라도 가보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말하자면 디자인 스프린트는 에자일(Agile) 혹은 린(Lean) 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5일 동안 full day로 팀원 모두가 시간을 비우고 (근무시간을 명확히 정해놓고 진행해서 야근은 하지 않는다고 해요) 문제 이해하기(Understand) > 문제 해결 아이디어 도출 (Diverge) > 아이디어 선택 (Converge) > 프로토타입 제작 (Prototype) > 사용자에게 테스트(Test)의 과정을 하루씩 거치며 진행하게 됩니다.
워크숍에서는 주어진 프로토 퍼소나를 보고, 그가 여행하는 동안 겪는 문제에 대해 빠르게 도출하여 팀원들 간의 협의를 통해 핵심 문제를 골라내는 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문제점들을 포스트잇에 적은 후 팀원들의 의견을 모아 해결할 문제를 결정하고, 사용자의 저니맵을 그리고, HMW를 통해 각자 빠르게 아이디어 스케치를 합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모두 모아놓은 후 보팅을 진행하는데요, 여기에서 팀 내에 의사결정권이 조금 더 있는 사람(워크숍에서는 임의로 선정합니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다른 색의 스티커로 투표) 빠른 결정을 하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각각의 과정은 pxd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하는 방식과 같아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각 과정을 짧은 시간 내에 진행하는 경험은 없기 때문에 실제로 스프린트를 적용하고 있는 BBC의 조직문화가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pxd에서도 스프린트를 실험해볼 기회가 생길까요?
Design Teams is a Design Exercise : How to Build, Inspire and Keep Design Teams (Happy)
셋째 날의 워크숍은 제목에서처럼 그야말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디자인 팀을 구축하고 고무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같은 팀원들 간의 협력과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워크숍에서 다뤄질 내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3일 내내 붙어있던 회사 동기와 헤어져 혼자 참석하게 되었죠. 막상 혼자 남겨져 팀원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다 보니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유럽의 각 국가(폴란드,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등)에서 오신 분들이라 동양인인 저에게 아주 큰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워크숍 초반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팀워크와 팀 구조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고, 각자 회사에서의 업무 스타일이나 업무 문화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동료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환영해주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각 회사(어쩌면 각 나라)에서 팀원을 대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실습에서는 팀원들이 생각하는 "일할 때 필요한 능력"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이고, 능력별로 그룹핑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후 나눠준 워크시트에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적어보고, 10점 척도로 각 능력별로 나의 현재 수준과 이루고자 하는 수준을 체크합니다. 이렇게 체크한 정보를 팀원들과 비교해보면, 자연스럽게 내게 부족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팀원을 찾을 수 있고 서로에게 멘토-멘티의 역할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팀원들의 경력이나 스킬의 숙련도 등이 모두 같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보완하며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pxd에서는 프로스펙티브 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내용을 추가한다면 좋을 것 같네요.
(참고 : pxd의 프로젝트 시작법 : "Prospective를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 이외에도 많은 발표 세션을 듣고 왔는데, 주제가 "Connected Things Amongst Us"이다 보니 IOT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았고, 개인 정보 활용의 중요성과 프라이버시 문제, 데이터 활용, 멀티 디바이스 등의 내용이 주된 이슈로 다루어졌습니다. 각각의 발표에서 예시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것은 아마도 '아마존 대시'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만큼 기존의 모바일과 웹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커넥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사실 이 당시에 언급되었던 트렌드나 이슈들은 벌써 1년이 지났기 때문에(ㅠㅠ) 자세한 이야기를 공유하기보다는 현장의 분위기와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동영상을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영상 중간중간 저와 동료가 간혹 보이네요.)
3일간의 컨퍼런스 기간 동안 저녁이 되면 동기와 함께 암스테르담 운하를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UX 디자이너로서 교육에서의 성취와 보람도 있었지만, 한참 현실 속에서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리프레시 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곧 다가오는 Euro IA 2017은 9월 28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개최됩니다. 얼마 남지 않아 빠듯하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euro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