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와 다크 패턴 사이

2020. 6. 1. 07:50UX 가벼운 이야기
김민우 (Minwoo Kim)

들어가며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대처하고 대응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나 국민들이 전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때에 디자이너로서 생각해볼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한주는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핫한?' 한주였습니다. 코로나로 우울해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그리고 가물어가는 시장에 단비로 웃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긴급 재난지원금 신청 초기에 당황하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긴급 재난 지원금을 기부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요. 왜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기부를 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대한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넛지와 다크 패턴 사이

넛지란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신 것과 같이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라는 뜻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정도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세상을 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하루에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이에 대해 선택과 판단을 하게 되면서 넛지의 개념과 많은 방법들이 적용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무의식적인 반응과 하고 행동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다크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입니다.

 

다크 패턴이란?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영국의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이 2010년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속여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화면상에서 이루어지는 눈속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법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여러 방식으로 사용자들을 무의식적인 행동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자신의 이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2015년 EU는 다크 패턴을 단속하는 법안 (The Consumer Right DIrective)를 통해 몇 가지 방식의 다크 패턴을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슬프게도 너무나 많은 다크 패턴들이 오늘날에 존재하지만 가장 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다크 패턴의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1. 미끼와 스위치 (Bait and Switch)

SNS에서 심리테스트를 제공하고 개인정보를 제공받거나, 마케팅 동의를 받는 방식들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회원가입을 하다 보면 전체 선택 동의 시에 아래 부분에 선택적인 부분도 함께 체크가 된 채로 가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긴급 재난 지원금 신청 시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부금으로 신청이 되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림 1. 필수항목사이에 숨어있는 선택항목

 

2. 위장광고 (Disguised Ads)

디지털 화면에서 우리는 이제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수의 광고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고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고가 아닌 것처럼 속여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하게 합니다. 혹은 배너 광고에서 닫기 버튼을 교묘히 이미지에 넣고 실제 닫기 버튼은 잘 보이지 않게 하여 광고 클릭을 유도하여 특정 사이트로의 유입을 이끌기도 합니다.

그림 2. 시스템 창 처럼 생겼지만 광고 이미지로 클릭시 광고로 페이지로 이동된다. 닫기 버튼도 없다.

 

3. 지속된 강요 (Forced Continuity)

비즈니스 모델이 구독 경제화되어감에 따라 점점 더 늘어가는 방식으로 무료로 1개월간 사용 후에 정기결제를 하는 시스템이 이 방식에 속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체험판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거나 일정 용량을 사용하게 하고 이후에 돈을 받는 서비스 등도 가능합니다. 이를 제공함에 있어 신용카드나 계좌정보를 먼저 받아 1개월 후 재확인 없이 구독 결제를 하게 하는 방식의 이에 속할 수 있습니다 (왜 1개월 후에 재확인을 받거나 1개월 후에 결제정보를 입력받으면 안 되는 걸까요?).

 

4. 현혹과 비용 숨김 (Misdirection & Hidden Cost)

항공사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다 보면 특히나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항공사에 자리를 미리 예약하게 유도하여 과금을 측정하거나 여행보험 등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현혹시켜 가입하도록 하게 하는 방식이 이에 속합니다. 또한 화면에서 더 싼 가격의 티켓,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의 가격대를 제일 싼 가격처럼 보이게 하여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가격의 자리를 예약하도록 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림 3. 비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칼라와 형태로 같은 가격처럼 보이게 한다.

 

5. 데이터 착취 (Data Exploiting)

이 방식은 제가 소셜미디어 관련 프로젝트를 할 때 조사한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디지털 공간이 정말 무료가 아니었으며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그들의 실질적인 고객인 광고주들에게 마이크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은 광고를 로딩하는 데에 네트워크 데이터를 사용하며 이를 스와이프 하는 데에 시간으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약 1시간 SNS를 한다면 1년에 책 3권을 읽을 시간을 광고를 스와이프 하는 데에 소비합니다. 또한 약 50만원의 네트워크 데이터를 광고를 로드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영국에서의 실험 결과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착취해서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글을 쓰면서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디자이너가 왜 좋은지, 디자이너라서 일을 그리 재미있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무언가를 하면 사람들이 편해지고,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것을 바로 볼 수 있어서 디자인이 보람되고 일이 아닌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렇듯 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액션을 부르고 행동을 만들어 습관까지 빌드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자부심과 함께 윤리적 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런 글들을 통해 사람들도 디지털 세상에서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작지만 큰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 깊게 생각해보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의 영감을 주신 한상택 님께 감사드리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 글은 Minwoo Kim의 브런치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