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로 빠르게 글로벌 UX 리서치 진행하기

2023. 3. 13. 07:50카테고리 없음
Seungyoon Lee

최근 블록체인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정량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영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로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문지 번역을 구글 번역ChatGPT로 자동화하여 효율을 높인 경험을 간단히 공유합니다. 

 

배경 

설문조사의 간단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2월에 블록체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국내 정량조사를 진행했었고, 동일한 조사를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배경입니다. 글로벌의 범위는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포트투갈어, 중국어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는 사용자까지입니다. 이전에 필리핀,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등 국가 사용자와의 인터뷰 경험을 통해 설문지를 현지언어로 제공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고 언어의 장벽을 최대한 쉽게 극복하기 위해 ChatGPT를 사용하여 번역을 진행해 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글로벌 사용자와 인터뷰 하기

번역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했는지 소개하기 앞서, 먼저 해외 사용자를 인터뷰할 경우에 어떻게 해 왔는지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저희가 해외 사용자를 인터뷰할 땐 거의 전문 동시통역사와 함께 해왔는데, 최근 내부에서 직접 리서치를 소화하면서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모두 리모트 인터뷰를 전제로 하고 직접 영어로 인터뷰가 가능한 리서처가 있다는 전제입니다.  

 

영어를 구사하는 대상자

  • 영어 가능 리서처가 직접 인터뷰 진행

 

비영어권 언어를 구사하는 대상자 - 동시통역사가 있는 경우 

  • 리서처가 한국어 또는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해당 언어의 동시통역사가 통역을 합니다.
  • 줌의 동시통역 기능을 이용합니다.
  • 브라질 사용자를 인터뷰하는 경우, 포르투갈어 동시통역사가 함께 줌 인터뷰에 참여하여 바로 동시통역을 진행합니다.
  • 인터뷰의 길이에 따라 통역사가 두 명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비영어권 언어를 구사하는 대상자 - 동시통역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 

  • 리서처가 한국어 또는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해당 언어의 통역사가 순차 통역을 진행합니다. 
  • 리서처가 영어로 질문하면 통역사가 필리핀어로 통역하여 필리핀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 일반 인터뷰 시간의 약 1.5배 시간이 소요됩니다. 

 

번외로, 회의를 진행하는 양쪽 모두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원활하게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바로 화면에 번역기를 띄워 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다만, 인터뷰 중 딜레이가 자주 발생하여 인내심이 요구되기도 하죠.  

인터뷰 중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번역앱을 화면공유하여 진행했던 경험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서바이벌 영어

또 한 번 삼천포로 빠져 보겠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하지만 글로벌 리서치 프로젝트를 운영해 와서 나름 저만의 번역 노하우가 있었는데요, 원래 제가 사용했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씁니다. 
  2. 이 말을 직접 영어로 씁니다.
  3.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에서 한글로 번역하여 의미가 통하는지 확인합니다.
  4. Grammarly 앱에서 문법을 확인합니다. 
  5. Quilbot 에서 더 좋은 문장으로 수정합니다. 

이렇게 여러 앱의 도움을 받아 해외 클라이언트와 업무 논의도 하고 리서치도 해 왔는데요, 요즘 핫한 DeepL과 chatGPT로 한결 더 간편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씁니다. 
  2. DeepL에서 영어로 번역합니다.  
  3. ChatGPT에서 좋은 문장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벌써 업무 단계가 두 단계 줄었고, 사용하는 앱도 2개가 줄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줄었죠. (다만 모든 것은 영어로 번역했을 때의 경우입니다.) 

 

ChatGPT와 함께 다양한 언어를 자동 번역하기

이제 글로벌 정량조사로 돌아와 볼까요? 이번 설문은 필리핀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작성이 되어야 해서 쉽게 설문지 로컬라이제이션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번역가를 찾기도 어려웠고, 현지 분들께 번역을 맡기려면 영어로 번역을 먼저 하고 전달이 되어야 해서 비용과 시간이 예상을 넘어섰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과 예산의 한계를 AI로 극복해 보고자 했고, 구글 시트의 확장기능을 사용하여 번역 자동화를 시도했습니다.  

  1. 한글로 질문지를 작성합니다. 
  2. 구글 번역을 사용하여 영어로 자동 번역합니다. - 번역이 빠짐없이 잘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3. ChatGPT를 사용하여 2번에서 번역된 영어를 서베이톤으로 수정합니다. - 번역이 빠짐없이 잘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4. ChatGPT를 사용하여 3번에서 번역된 영어를 필리핀어로 번역합니다. 
  5. 구글 번역을 사용하여 4번에서 번역된 필리핀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합니다. - 원하는 대로 번역됐는지 확인합니다. 
  6. 위의 과정을 반복하여 번역이 괜찮게 됐다 싶을 때, 현지인에 검수를 받습니다. 

 

구글시시트에서 자동으로 번역을 진행한 과정

 

모든 과정은 명령어를 통해 자동 번역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단축했지만, 이 과정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한글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어로 잘 번역이 될 수 있게 써야 합니다.)

한글은 주어가 없어도 문장이 잘 이해가 되고, 하이 레벨의 추상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장은 영어로 잘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글의 주어는 명확하게, 모든 단어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야 번역이 잘 됩니다. 예를 들어, ‘설문을 ‘진행'합니다.’ 라는 문장에서 ‘진행’은 작성, 운영 등 다양한 의미를 의도했을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의 의도가 가장 정확하게 들어가는 단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2. 영어도 단순하고 명료한지 검토해야 합니다. 

한글과 마찬가지로 영어도 명료해야 합니다. 필리핀어나 인도네시아어는 영어를 기준으로 번역이 되기 때문에 영어가 단순하고 명료해야 번역된 언어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럼 한번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pxd 홈페이지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부터 문제를 발견합니다.” 문구를 번역해 봤습니다. 

PXD 홈페이지 설명 (www.pxd.co.kr)

 

한글을 구글 번역을 통해 영어로, 이를 다시 ChatGPT로, 이를 다시 필리핀어로, 이를 다시 영어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글로 번역했을 때 최초의 한글과 의미가 통한다면 어느 정도 번역이 잘 된 것이라고 가정하고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시트에서 번역 과정

 

첫 번째 행은 홈페이지에 적힌 대로 주어 없이 번역을 시도했는데 최종 번역본은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이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행에는 주어를 추가해 주었더니 ChatGPT가 영문 홈페이지에 있는 대로 We identify issues by understanding and empathizing with people로 잘 변경해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튜닝을 포함한 번역 과정을 통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로 자체 번역을 하고 최종적으로 원어민 검수를 통해 글로벌 설문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신은 아니지만

처음 이렇게 번역을 이렇게 시작한 후 자동화된 프로세스와 ChatGPT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됩니다. 인도네시아어로 A라는 단락을 자연스럽게 바꿔달라고 하여 B로 수정했는데 나중에 A와 B 중에 어떤 쪽이 더 자연스러운지 물어봤더니 A가 더 자연스럽다고 하더군요. 😅 어쨌든, ChatGPT의 모든 결과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비용과 일손을 덜어주는 똑똑한 부하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