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pxd talks 12] 현실과 상상의 경계 ::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

2012. 11. 16. 07:41pxd talks
알 수 없는 사용자

한 달에 한 번씩 명사분들의 경험과 좋은 생각을 들으며 공유하는 pxd talks.

pxd인 뿐만 아니라 pxd talks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의 신청을 받아 외부 참여도 같이 진행하며 점점 뜻깊은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의 12번째 pxd talks시간은 특히 참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바로 국제적인 인지도의 이수지 그림책 작가님과 함께 했기 때문인데요. 이수지 작가님은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탁월한 이해에서 시작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나타낸 그림책으로 매우 유명한 작가님입니다.


 1. 그림책 작가 이수지

"저는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각기 다르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층을 가진 책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수지 작가님의 말 중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인사해주시며 이수지 작가님은 책의 펼친 면을 경계삼아 보여지는 현실과 상상의 이야기로 강의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으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해 온 이수지 작가님은 그림책 한 권 한 권마다 새로운 시각을 통해 재해석된 표현으로 각각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작가님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발표해 온 '경계' 그림책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눴습니다.


2. 현실과 상상의 경계, 그림책 이야기 

- 경계 3부작 이야기
파도야 놀자, 거울속으로 그리고 그림자 놀이까지. 경계 3부작으로 완성된 이 그림책들은 같은 판형으로 다른 경계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수지 작가님이 집중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보여줍니다. 각 책의 대표 색감도 이 경계3부작의 이야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작품에 대한 멋진 상상력으로 책의 펼친면을 경계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수지 작가님의 3부작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파도야 놀자 (WAVE)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된 작가님의 대표 작품 '파도야 놀자' 입니다. 영국의 한 책방에서는 접히는 쪽 부분에 손이 보이지 않는다며 인쇄 사고가 난 책이 아니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셨는데요, 경계를 사이에 두고 파도와 친해지며 즐겁게 놀이를 하는 귀여운 여자 아이로 누구나 웃음 짓게 만드는 그림책이었습니다. 


- 거울속으로 (MIRROR)
'책'이라는 매체에서의 경계는 바로 펼친면, 그 양 사이를 가로지르는 곳이 아닐까요? 바로 경계의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주보는 두 면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거울속으로(MIRROR)'가 탄생했습니다. 책의 한쪽 면이 거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 그림책은 책의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기준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 그림자 놀이 (SHADOW)
경계에 대한 이야기는 SHADOW 그림책에서 더욱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모두 같은 판형으로 제작된 경계 그림책들 중에 펼친 면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는 것에서 다시 뉴욕타임스 리뷰의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특히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림자에 대한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출간된 책은 위 경계 3부작의 이미지처럼 가로로 보는 판형입니다만 아래 그림처럼 세로로 놓고 보면 양쪽 세계를 동시에 바라본다는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덧붙여 무릎에 놓고 책을 90도로 세워 놓고 보면 그림자가 정말 바닥에 비친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현실과 환상의 흐릿한 경계너머에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림책으로 탄생했는지 알수 있습니다.    






3. 이야기 나누기
작가님의 강의 후에 스토리(컨텐트)를 담을 수 있는 매체인 '책'에서 나아가 좀 더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하 질문은(Q), 작가님 대답은(A)로 표기합니다.

(Q) 뉴미디어를 보는 새로운 관점과 그에 따른 메세지, 재미를 싣는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A)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iPad에 메세지를 담는 것을 예로 들자면 우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서 iPad가 있어야겠지요. iPad에서의 기능구현은 그 다음 사항이 되어야 합니다. 그 부분에서 작품의 퀄리티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Q) iPad이야기에 이어, 현재 iPad앱으로 출시된 그림책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모든 그림책 앱을 다 본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출시된 앱 중에 마음에 와 닿은 앱은 사실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종이 컨텐트가 디지털로 그대로 '번역'되는 것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아요. '책이기에 재미있는 책'처럼 새로운 매체는 그 매체가 제일 잘 하는 것을 할 때 가장 재미있을 수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소통을 생각해 볼 때 아직 iPad그림책 앱은 인터렉션 중심의 효과와 재미를 강조하고 있는 듯 하고요. 또한 그런 부분이 책에 대한 몰입과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책'이란 매체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갖고 계시는데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팁과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A) 어떤 매체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관련 작업들을 파고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관점이 정리되고 이렇게 정리된 관점으로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지요. 제작은 한번 했다고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관점의 재해석으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부딪히고 다시 만들고 하면서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Q) 유럽 등,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계신데 세계 그림책 시장의 국가별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한국 그림책에 대한 평판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A) 미국 지역은 다소 정형화된 형태로 좀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에 반해 유럽은 이상한 책들에 관대합니다(웃음) 아무래도 표현의 자유에 더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도 자유로운 표현을 지향하지만 유럽보다는 내용과 표현에 있어 복합적인 양상을 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볼로냐 북페어에 다녀와서 느낀 점은 한국 그림책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1960~70년대 미국이 그림책의 클래식한 기류를 완성했다면 지금의 한국 그림책은 대중적이고 이해가 쉬운 내용과 한국적인 문화가 결합하여 독특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마무리하며
그림책이라고 하여 아이 대상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고 그것을 '책'에 담아냄으로써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수지 작가님의 말처럼 작가는 독자가 매체에 담아지는 이야기(컨텐트)와 매체에 대해 매료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특정 타겟에 대한 아부가 아닌 연령과 성별을 넘어 각자의 관점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통'에 대해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습니다. 출판, 특정 컨텐트 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소통과 그에따른 매체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이수지 작가님 공식 사이트) http://www.suzyleebooks.com/ 



5. 이수지 작가님의 추천 그림책 소개  
마지막으로 이수지 작가님의 추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작가님은 국제적인 북페어나 출판 행사때마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 각지의 그림책을 직접 수집하신다고 합니다. '*'표시된 작품은 한국 출간된 작품입니다.

Do! (Gita Wolf)
인도에서 제작된 그림책으로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스텐실로 직접 문양을 찍어 제작되었으며 잉크 냄새와 함께 도돌도돌한 스텐실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림책입니다.


Nella Nebbia di Milano 안개속의 밀라노 (Bruno Munari)
너무나 유명한 그림책 작가 Bruno Munari의 1968년 작품입니다. 안개속에 쌓인 밀라노를 표현한 작품으로 트랜싱지와의 조화가 멋진 그림책입니다. 
책 자세히보기) http://thecuriouseye.blogspot.kr/2009/03/illustrated-book-of-week-in-fog-of.html 



Nella note buia 까만밤에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Bruno Munari) *

빛을 찾아가는 다양하고 귀여운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트랜싱지에 타공기법과 함께 만나 멋진 아트북으로 탄생되었음을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책 자세히보기) http://www.book-by-its-cover.com/childrens/nella-notte-buia-in-the-darkness-of-the-night 

I saw a Peacock with a Fiery Tail (Ramsingh Urveti)

강렬한 블루톤 표지와 함께 흑백으로 이뤄진 내지는 타공기법으로 구성되어 더욱 멋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책 자세히보기) http://www.brainpickings.org/index.php/2012/05/15/i-saw-a-peacock-tara-books/ 

Spider (Susumu Shingu) 

The Black Book of Colors (Menena Cottin/ Roasana Faria) *


온통 검은색으로만 이뤄진 이 그림책은 시각 장애를 가진 이를 위해 제작되었으며 깃털의 모양을 프레스 기법으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느낌과 색, 모양 등을 눈이 아닌 손으로 만지며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책 자세히 보기) http://verrier-fashion.com/blog/2012/04/the-black-book-of-colors/ 

Un Livre (Herve Tullet) *
마지막으로 '책 놀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Herve Tullet의 Un Livre입니다. 3가지 색의 원이 움직이고 변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다음 장에 어떤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인 재미를 느끼며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몰입과 소통의 측면에서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책은 특별히 최은영, 송영일님이 이수지 작가님과 함께 시연형식으로 보여주셨는데 보고만 있어도 몰입이 되는 매우 즐거운 경험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북트레일러)
 
iPad 버전 트레일러 및 작가 인터뷰) http://leblog.editions-bayard.com/un-livre/


상기 추천 그림책 중 일부는  강의 중간에 작가님이 보여주셨는데요. 구하기 힘든 귀한 책들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