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의 요소와 원리 8 - 점이(Gradation)

2013. 6. 27. 00:34GUI 가벼운 이야기
송충호

정말 오랫만에 연재를 다시 시작하네요.
이번에는 점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점이(漸移)'란 '차차 자리를 옮아가다'라는 뜻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뜻하며, 흔히 '그라데이션(Grada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연환경에서 여러가지 그라데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진 무지개,
프리즘을 통한 빛의 스펙트럼,
밤과 낮의 되풀이,
수심의 변화에 따른 물 색상의 변화,
원근에 따라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옅어지는 풍경 등


위의 그라데이션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떤 규칙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라데이션은 유사한 일련의 흐름인데 이 흐름은 '조화로운 질서와 단계'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라데이션은 나중에 연재될 갑작스러운 변화를 강조하는 대비(Contrast)와는 반대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라데이션으로 만들어진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러운 시각적 운동을 만들어 내거나, 리듬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공간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조화로운 단계'를 통해 흐름을 나타내기 때문에 단계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컬러나 명도를 이용한 그라데이션 뿐만 아니라 형태, 크기 등 단계를 나타낼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명도차 그라데이션이 사용된 Booklet


Tower Capital Airport(Berlin) : 형태의 변화로 그라데이션을 준 건축물


컬러와 형태의 그라데이션을 동시에 준 텍스타일

점(망점)의 크기 변화를 통한 그라데이션



미술과 디자인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그라데이션을 활용해 왔습니다.
평면 표현에 변화와 깊이를 주는 입체파, 수묵화의 공기원근법, 우키요에 판화의 판 선염 등 각 장르에서 독자적으로 완성된 그라데이션 기법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가츠시카 호쿠사이 作 붉은 후지산 (우키요에)

인쇄라는 미디어에서는 오랫동안 그라데이션이 별볼일 없는 것으로 여겨 왔으나 옵셋 인쇄의 진보에 의해 다양한 그라데이션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우하우스의 작품들에서 그라데이션 표현을 볼 수 없는 것은 활판 인쇄를 전제로 했기 때문입니다.)

코이치 사토 作 Anti-apartheid : 그라데이션을 이용한 인종차별 반대 포스터



코이치 사토 作 New Music Media, New Magic Media : 그라데이션과 대비를 극명하게 사용




지금까지 자연물이나 예술 작품, 디자인에서 다양한 그라데이션을 살펴봤습니다. 그라데이션은 미술과 디자인에서 자주 쓰이는 원리이며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작업물에서 컬러나 형태 등이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다면 그라데이션을 통해 정리해 보면 어떨까요? 무질서해 보이는 것을 조화롭게 단계별로 재배열해 보면 자연스러운 시각적 흐름이 생겨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웹사이트에서 메뉴별로 서로 다른 컬러를 사용하고자 할때 이 컬러들을 어떤 질서 없이 무작정 늘어놓는다면 시각적으로 산만하고 보기 싫게 됩니다. 하지만 컬러들의 배치를 무지개 순서로 늘어놓는다든지, 명도 단계대로 늘어놓는다면 시각적 흐름이 생기고 보기 좋게 됩니다.

무지개 순의 색상으로 메뉴 순서를 정리한 웹사이트


무지개 반대 순의 색상으로 알파벳을 구성한 다음 로고

명도에 따른 그라데이션과 리듬감을 살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