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활용 (TFD 국책과제 프로젝트 소개)

2013. 9. 6. 00:46pxd 프로젝트 리뷰
알 수 없는 사용자

pxd는 LGD TFD국책과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작년 7월부터 TFD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TFD 국책과제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LGD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국가사업으로, 미래형 디스플레이인 TFD를 연구 및 개발하여 향후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의 선점 및 경쟁우위 획득을 목적으로 합니다.

TFD사업단 홈페이지: http://lgtfd.com


TFD소개
TFD란 Transparent Flexible Display의 약자이며 투명하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말합니다.


이미지 출처: TFD사업단 홈페이지
디스플레이가 투명하고 휘어지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우선 투명하기 때문에 뒤쪽에 비치는 실물에 대한 정보를 표시하거나(증강현실), 양 쪽으로 정보를 표시하여 인터랙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휘어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말아두는 등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얇고 깨지지 않아 웨어러블 컴퓨터와 같은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디스플레이 크기가 클 경우에는 몰입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희 pxd의 역할은 5년 후 위와 같은 TFD가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나리오 및 UX를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주요 내역을 소개하고,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와 결과물들을 짧게나마 공유하고자 합니다.

문제에서 출발하기
디자이너인 우리는 항상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어디가 아픈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진료를 시작하는 것처럼, 먼저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을 찾는 것이죠. 그렇지만 TFD와 같은 미래제품의 경우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용자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문제를 파악한다는 것이 왠지 들어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보통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의 경우 문제를 찾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놓은 솔루션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집중합니다. 신기술을 재료로 해서 온갖 아이데이션을 통해 활용 시나리오들을 찾아보고 마케팅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시장에 출시한 제품들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솔루션을 원하지, 제품개발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대명사가 되버린 세그웨이. 출처: 실패로 돌아간 12가지 기술혁명 

Weak signals
그럼 미래제품과 같이 사용자도 알 수 없고 문제도 파악하기 힘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현재와 미래를 잇는 weak signal을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Weak signal은 다른 표현으로 jobs to be done 또는 alternative behaviors라고 하는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최선의 솔루션이 아직 없기 때문에 차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 또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이런 신호들은 '여기에 더 나은 솔루션을 원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라고 하는 사용자들의 암묵적인 표현이므로, 미래제품을 디자인해야 하는 우리를 북극성과 같이 올바른 문제의 영역으로 인도해줍니다.
그래서 저희는 TFD가 활용될 수 있을 만한 현재시점의 다양한 맥락들을 살펴보고 미약한 신호들을 찾는 것으로 첫 걸음을 떼었습니다.
투명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엔 비싸서 차선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 편의점의 weak signal

맥락조사 (Context Research)
맥락조사를 위해 우선 TFD가 활용될 수 있을만한 맥락에 대한 아이데이션을 수행했습니다.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고려하여 결과로 나온 맥락들 중 가장 활용가능성이 큰 상위 10개의 맥락을 선정하여 해당 맥락의 현장관찰을 실시했습니다. 현장관찰은 직접관찰, 가벼운 인터뷰 및 설문조사, 동선파악, 피지컬 모델링 등 다양한 관찰기법들을 활용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현장관찰 결과를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 특정 맥락을 선정하여, 해당 맥락에 대한 심층조사를 수행했습니다. 제품이 디스플레이이므로 해당 맥락에서 사용자가 디스플레이의 어느 부분을 보는 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디스플레이에 NUI와 같은 인터랙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시선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안경형 캠코더를 이용하여 사용자가 특정 맥락에서 어떤 정보에 더 시선이 끌리는지, 어떤 흐름으로 정보들을 읽어나가는지를 관찰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투명 디스플레이의 활용
사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요즘 SF영화에는 미래나 첨단 장비처럼 보이고 싶은 장면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검은 모니터 대신 커다랗고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거기에다 과장된 제스처 UI로 기기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고요.

영화 아바타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모니터를 마주보아야(interface) 하니까,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표정과 모니터의 화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거나 아니면 뒤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주인공의 뒷모습만을 잡게 되는데, 아무래도 멋진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면서 무서운 속도로 키보드 두드리는 건 찌질한 nerd의 모습이지 우리의 멋지고 박력있는 주인공에게는 통 어울리지 않거든요. 투명 디스플레이는 주인공 얼굴과 모니터 상의 정보를 통해 무엇을 하는지 맥락을 함께 스크린에 담을 수 있는 영화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솔루션이었습니다. 우선 비현실적이어서 미래다워보이니까요.

그러면 과연 우리도 근미래에는 영화 속 주인공 처럼 투명 디스플레이와 제스처 UI를 일상의 일에서 사용하게 될까요?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인간공학적인 측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니터 앞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인데(정보 가치가 낮은 컨텐트를 소비하는 것이 대부분이긴하지만요) 정보는 정보(figure)와 배경(background)의 대비에 의해 전달됩니다. 모니터의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데 배경을 제어하지 않고 그냥 투명한 바탕에 텍스트나 이미지를 표시하게 되면 가독성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모니터 뒤의 배경이 figure와 비슷한 색으로 대비가 낮으면 잘 보이지 않겠지요.그래서 영화에서는 주변 실내를 어둡게하고 정보를 밝은 색으로 빛나게 연출하는데, 우리가 방에서 모니터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니까 실제 환경은 그보다는 훨씬 밝지요. 영화에서는 모니터를 방의 가운데에 널찍하게 배치하지만 우리는 벽이나 파티션에 가까이 붙여둡니다. 투명하건 아니건 모니터 뒤로는 손을 뻗기 어려워서 dead space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입력장치로 키보드와 마우스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최소의 동작을 요구하고 기본 사용 자세가 바닥에 손을 올려놓는 resting 으로 피로를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팔을 들어서 동작을 취하는건 벌 받을 때 하는 거지 편하자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공간적인 조작을 하는 경우에 직관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기본적인 조작을 대체하기에는 비효율적입니다. 스티브잡스도 수직인 디스플레이에 터치하는건 피로가 크기 때문에 iMac 터치는 안 나올거라고 단언을 했고요. (물론 스탠드를 조절해 모니터를 눕힐 수 있는 특허를 내놓긴 했지만요) 키넥트나 위 리모트 같은 게임은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보상이기 때문이지 효율 때문은 아닙니다.

영화에 사용되고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는 관객을 위한 Audience Centered Design이지 영화 속 사용자의 사용 맥락상 니즈를 반영한 것은 아닌 것 처럼 보입니다.그럼 투명 디스플레이는 영화적인 연출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필요없는 걸까요?
저희는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투명디스플레이의 활용을 4가지로 나눠봤습니다.


1. 주 관심이 스크린 너머에
투명이라는 속성을 이용해서 우리가 보려는 주 대상은 디스플레이 너머에 있고 디스플레이에서는 메타 정보를 보여주는 형태입니다. 비슷한 컨셉으로 물고기에 대한 정보가 수족관의 유리에 물고기를 따라 다니면서 보여주는 SKT의 CF가 있었습니다.
우선 기술적으로 사용자가 움직이는 경우에 시점을 일치시키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이는 객체추적,시선 추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맥락에서는 활용이 어렵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눈은 영상에서처럼 디스플레이의 정보와 너머에 있는 대상을 함께 볼 수(cognition) 없다는 것이겠지요. 눈은 수정체 두께를 조절해서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동시에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해봤던 스마트폰의 AR앱은 촬영된 배경과 정보를 동일한 초점면의 스크린에 뿌려주기 때문에 함께 볼 수 있는 거고요. 구글 글래스도 마치 AR처럼 오해하도록 홍보 영상을 만들었지만 절대 현실과 스크린을 동시에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는 굴절을 통해 가급적 초점 거리를 길게 하고 있는데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안경 면에 바로 상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해도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경 앞에 신문을 붙여 놓고 읽으려면 못 읽잖아요.
그래서 이런 AR효과를 이용하려면, 보려는 대상과 디스플레이가 거의 동일한 거리에 있는(대상이 디스플레이 바로 뒤에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야 합니다. 쇼윈도우나 편의점 냉장고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의 응용으로 서로 마주보는 대면 서비스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면서비스라는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눈을 맞추는게(eye contact) 중요합니다. 스크린이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형태는 그것이 투명하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이런 맥락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유리가 상대를 가로막고 대화하는건 교도소 면회실 외에는 잘 생각나지 않잖아요. 같이 스크린을 보면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정 내용을 손으로 가리키거하는 하는 경우가 많아서 태블릿 같은 스크린을 바닥에 내려놓고 함께 보는게 더 적합합니다. 초기에는 투명을 이용한 양면 인터랙션의 가능성을 발견해보려고 했지만 사용 맥락을 관찰,조사하면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활용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2. 스크린 정보와 스크린 너머 정보를 함께 확인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표시하면서 맥락상 투명한 속성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버스쉘터가 이런 사례에 해당합니다. 버스쉘터는 비바람을 막으면서 시각적 개방감을 주기 위해서 유리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스 노선이나 버스 도착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부착물들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데요. 이런 곳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가독성에 대한 트레이드 오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3. 스크린의 객체가 현실에 존재하는 느낌
디스플레이 상의 객체가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여지도록 하는 AR입니다. 영화에서 화상통화를 할때 홀로그램으로 상대방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장면이 많은데요. 이런식으로 영상통화나 가상의 에이전트가 현실 공간에 있는 것처럼 표시하는데 활용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투명 디스플레이의 투과율이 높지 않아서 현재 기술로는 투명한 유리 보다는 틴팅을 한 어두운 자동차 유리에 가깝기 때문에 스크린을 의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 공간에 있다기 보다는 유리에 붙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겠지요. 하지만 분명 새로운 경험될 것 같습니다.

4.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을 때
그냥 꺼져있을때 투명하다는 속성입니다. 사실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서 굳이 투명해야 하는 경우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TV를 안 볼때면 커다랗고 시커먼 사각형이 거실의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투명해서 주변 인테리어랑 잘 어울리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 주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까만 스크린이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투명 스크린이 대중화되면 어떻게 저런 시커먼걸 벽에 걸어두고 살 수 있었는지 스스로의 저열한 미의식에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몇 년 사이에 어떻게 저런 뚱뚱한 CRT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었지 하고 놀라는 것 처럼요. 


1차년도의 사용자 맥락 조사를 통한 투명디스플레이의 활용에서는 초기 활용 아이디어들을 현재의 사용맥락에서 점검하고 아이디어들을 찾아보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적합한 사용 시나리오들을 도출하기는 하였지만 영화를 통해 기대하던 화려하고 극적인 사용 씬이 실제 맥락에서는 효용이 많지 않았다는게 좀 의외적인 결과였습니다. 투명이라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차별점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차세대 투명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보다 실질적인 가치는 투명보다는 유연해서 충격에 덜 민감하고 가볍다는 것, 사용하지 않을때 까맣지 않고 주변과 어울릴 수 있다는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