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UCLA 헬스시스템 이야기

2013. 11. 28. 01:02리뷰
알 수 없는 사용자

최근 의료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이나 UX 관점의 접근이 활발합니다. pxd에서도 의료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었는데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의료 분야를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던, 몇 권의 책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책은 ‘UCLA 헬스시스템 이야기' 입니다.

1. 메이요클리닉 이야기
2. UCLA 헬스시스템 이야기  


UCLA 헬스시스템 이야기
조셉 A. 미첼리 지음 / 이상규 옮김

1.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라_Commit to care

CICARE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탄생 - 37p
지시와 통제를 통해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 리더가 일관된 말과 행동으로 조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될 때 진정 효과적인 리더십이 발휘된다. CICARE(씨아이케어)라고 불리는 지침은 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행동지침을 담고 있다. CICARE는 다음 여섯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이다.

  1. Connect : 환자나 환자 가족들과 접촉할 때는 반드시 존칭을 사용하거나 그들이 불리고 싶어 하는 이름을 불러준다.
  2. Introduce : 항상 본인에 대해 먼저 소개한다.
  3. Communicate : 본인이 환자와 관련하여 하고 있는 일과 그것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기타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 Ask :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요구사항이나 의문사항, 혹은 걱정되는 점이 있는지 물어본다.
  5. Respond :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질문이나 요구에 대해서는 즉각 답한다.
  6. Exit : 다음에는 누가 무엇 때문에 찾아올 것이고 본인은 다음에 언제 방문할 예정인지 설명한 후, 예의를 갖추고 병실을 나선다.

고객의 의견을 실행에 옮기다 - 56p

UCLA에서는 모든 최고경영진이 정기적으로 환자들을 만나기 위해 병동을 방문한다. 중간관리자나 더 낮은 직위의 관리자들도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데, UCLA에는 이렇게 모든 관리자들로 하여금 직접 환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PCAT(관리자 평가 도구)를 이용한 환자면담을 들 수 있다. 

PACT 환자면담은 면담을 실시하기 전에 다른 동료 관리자들과 함께 강당에 모여서 면담을 형식적으로 진행하지 말고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진정 마음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받는다. 이후 소그룹으로 나뉘어서 정해진 병실을 차례로 방문하게 된다. 정해진 병실 방문이 모두 끝나면 그날 환자면담에 참여했던 모든 관리자들은 다시 강당에 모여 자신들이 들었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토론하게 된다.

관계에 초점을 맞춰라 - 68p
CICARE 프로그램은 원래 항상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지만, UCLA는 환자들과 UCLA 사이에 어떤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면, 고객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에게 소개를 하고 본인 스스로도 오랜 기간 동안 고객을 남게 된다. 

UCLA 간호부는 ‘관계에 기반을 둔 진료relationship-based care' 모형을 채택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 모형은 아래와 같은 다섯가지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담고 있다.

  1. 믿음의 유지Maintaining belief : 환자를 믿고 존중함.
  2. 이해하기Knowing : 환자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하여 진료를 그에게 맞춤
  3. 함께하기Being with : 여유를 가지고 함께함.
  4. 무엇인가 해주기Doing for : 위로하고 보호하며 기대를 가짐.
  5. 권능감 부여하기Enabling : 알려주고 설명하여 지지하고 대안을 제시해줌.



2. 실수가 발생할 틈을 남기지 말라_Leave No Room for Error

침묵의 위계 극복하기 - 124p
병원에는 일종의 권력의 위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병동의 간호사가 안전문제를 포함해서 환자 진료와 관련한 의사들의 의견에 반하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권위적인 위계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UCLA의 경영진은 수술실에 근무하는 1200명의 직원들에게 항공사에서 활용되는 승무원 관리기법을 교육하였다. 이 전략은 항공사의 어느 직원이든지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발견하면 기장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항공기의 이륙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권한 위임을 하는 것이다. 수술실의 누구나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수술을 중지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3. 최고의 자리에 안주하지 말라_Make the Best Better

의료 서비스의 질이란 무엇인가? - 177p
미국 의학한림원에 따르면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갖추어져 있을때 양질의 의료가 제공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1. 안전성safe : 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며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2. 효과성effectiveness : 치료를 통해서 환자의 상태가 나아졌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3. 환자 중심성patient-centered : 의료 제공자들은 치료과정에서 모든 환자들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각각의 환자가 가진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가치를 치료 과정에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4. 적시성timely :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진료를 그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간에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5. 효율성efficient : 치료가 의사와 환자의 돈이나 시간을 낭비하게 해서는 안된다.
  6. 형평성equitable : 모든 사람들이 성별, 소득 및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가 적시에 변함없이 효율성과 형평성이 보장되도록 전달될 때 양질의 의료가 제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의 질과 적시성 - 190p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시술을 위한 스케줄을 잡기 위해 또 기다려야 하고, 응급실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고,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등 사실 의료는 환자들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내분비외과 마이클 예 박사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했었다.
 “의료에 있어서 제한요소는 기술이 아니라 환자들이 낯선 환경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지 않는 의료인 자신이었습니다.”
환자들에게 보다 편안한 진료 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마이클 예 박사는 ‘헬프 데스크'를 만들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언제나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전용 전화를 개통하였다. 이를 통해 모든 진료 관련 예약을 조정해서 하루에 다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해 주고, 목적지를 찾게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마이클 예 박사는 내분비외과 환자들은 대부분 젊고, 외래 중심의 치료를 받고, 최신기술에 친숙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예 박사는 환자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회복을 빠르게 하는데 최신 기술들을 이용하였다. 수술 전 치료의 대부분은 환자들의 내분비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들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 박사는 환자들이 그날그날의 결과를 자기에게 바로 보낼 수 있는 온라인 기술을 도입하였다.
양질의 의료라는 것이 그저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결과들은 반드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시기에,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진료 과정을 통해서 얻어져야 한다.

4. 주도적으로 미래를 창조하라_Create The Future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는다 - 275p
인간과 동물의 유대 프로그램People - Animal Connection, PAC
1994년 UCLA는 병원 환경에서 동물의 존재가 환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서 강아지와의 접촉이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며, 불안 수준도 24%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환자들의 정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토대로 UCLA는 미국 최초의 동물 치료 프로그램(PAC)를 만들게 되었다. 
PAC는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기사로 다루어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한 PAC 자원봉사 팀을 직접 따라다녀 보았는데,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여자 환자가 강아지와 접촉하면서 치료에 반응을 보이게 되었고, 환자의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던 간호사들에게도 PAC팀이 투입되어 이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마사지 치료 프로그램
응급실에서 지치고 안절부절 못하는 가족들을 매일 보던 로스는 근무 외 시간에 이들에게 마사지를 해줄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다른 과의 환자들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공식적인 마사지 치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마사지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할 때 애정 어린 배려를 보여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를 하나 얻게 되었다.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이 모든 UCLA 산하 병원의 관리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회복 키트에 항상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5. 최고의 서비스는 기업을 살찌운다_Service Serves Us

서비스 경제학 - 고객들의 입소문과 수익성 - 306p
많은 실증 연구들을 통해서 고객 경험 이론을 주장한 이들의 개념이 검증되었는데 주요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상품 자체의 문제로 재구매를 하지 않는 고객은 14%에 불과하다.
  2. 직원들에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고객 중에 68%는 고객 관계를 단절한다.
  3. 고객들과 기능적, 감정적 유대관계를 맺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서 높은 고객유지율(84% 대 30%)과 교차 판매율(82% 대 16%)을 보인다.
  4. 평균적인 고객 가치는 그 고객의 최초 구매액의 10배 정도이다.
  5.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의 6배 정도가 든다.
  6. 서비스의 질이 낮은 기업들은 이익률과 시장점유율이 매년 각각 1%, 2%씩 감소한다.
  7. 서비스의 질이 높은 기업들은 평균 이익률이 12%에 달하고 매년 6%씩 성장한다.
  8. 고객 경험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5% 증가시켰을 때 이익의 증가는 25% 이상이다.

마무리하면서...
병원은 가장 복잡한 기관중 하나입니다. 의료기관이자,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죠. 이책에선 병원이라는 복잡한 기관을 어떻게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필자의 생각으론 병원장인 파인버그 박사의 강력한 리더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병원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는 방식에 있어 UCLA와 대척점에 있는 사례가 메이요클리닉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이요클리닉이 Center for Innovation이란 내부조직을 중심으로 IDEO, Doblin 등 디자인 회사와 함께 Design Thinking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루어 냈다면, UCLA는 병원장의 리더쉽과 비젼으로 병원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각 병원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각 병원에 적합한 혁신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책 후반부에는 UCLA가 의료서비스 및 환자 경험 향상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ROE_Return On Experience를 살펴 볼 수 있는데, 왜 서비스 질과 환자경험 향상에 투자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대비 성과 측정에 인색한 디자인 분야에서 ROE_Return On Experience 개념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향후 중요한 측정 지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의료 서비스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