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손 공동체, 디자이너의 뭉친 어깨를 풀어주다

2014. 3. 28. 00:12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컴퓨터를 많이 다루는 직장인이라면 대개 장시간의 컴퓨터 작업으로 인해 근육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 어깨, 허리, 손목 등등... 뭉친 부위를 풀어주기 위한 안마 생각이 간절하지만 비싼 가격과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쉽게 가지 않게 됩니다. 뭐, 갈 시간도 마땅치 않고요. 흠 그럼... 안마사가 직접 회사로 와서 안마해 주신다면 어떨까요...?


최근 pxd에서는 사내 복지 차원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협동조합인 '맑은손 공동체'의 기업 방문 안마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받아보았습니다. 맑은손 공동체는 서울대학교의 '인액터스(Enactus)'라는 사회공헌 프로젝트 동아리의 '손길' 프로젝트 팀과 협력하여 '맑은손 지압 힐링센터'를 이수역에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내에서 pxd open을 담당하고 있는 송영일 책임이 손길 프로젝트에 멘토로 활동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번 기업 방문 안마까지 연결되었습니다. 

 한 번에 네 명씩 아래와 같이 안마용 좌식 의자에 앉아 목, 어깨, 등에 대한 집중 안마를 받았는데요. 안마사 분들은 2000시간 이상의 교육 후 취득한 '안마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답게, 꼼꼼하게 뭉친 부분을 풀어주셨습니다. 30분이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pxd 직원들은 입을 모아 '정말 시원하다!', '피로가 싹 풀린다'와 같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직원들의 짧은 후기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온몸이 쑤시는 편이다. 평소에도 안마 받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시각장애인 안마는 일종의 선입견과 (소셜 커머스에 싼 곳이 워낙 많이 올라오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가보지 않았었다. 이번에 안마를 받아보고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 안마를 받으면서 안마사 분들이 오랜 경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바쁜 일과 중에 이동시간 손실 없이 안마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 이욱O

"오랜시간 컴퓨터 작업으로 어깨가 정말 많이 뭉친 편이다. 웬만한 사람은 쉽게 누르지도 못하는데,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꾹꾹 눌러주셔서 좋았다. 특정 부위를 눌러보시고는 아프다고 하면 '~~가 안 좋아서 아프신 거에요'와 같은 말씀을 해주시는 걸 보며, 안마 실력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지식도 갖춘 전문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운동할 시간이 없는데 안마라도 받으니 개운했다" - 이은O





맑은손 공동체와 인액터스 손길 프로젝트 이야기 


 저는 어렸을 때 가끔 친구들에게 '눈, 코, 귀, 목소리 중에 하나만 포기해야 한다면/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걸 택할래?'와 같은 이상한 질문을 던지고는 했습니다. 친구들의 대답은 대부분, '버린다면 코를 버리고,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눈을 선택하겠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음악인이나 조향사와 같은 조금 특별한 직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시각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필수 감각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들은 직업 선택권이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안마사라는 직업은, 시각장애인이 장애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이죠. 이 분들은 공인받은 안마수련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안마사 자격을 취득한 전문 직업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개인 안마원에서 일하거나, 성매매 변종 업소에서 일하며 낮은 직업적 자긍심과 고된 야간 업무에 시달려야 했죠.
  맑은손 공동체는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건전한 일터에서 직업적 자긍심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8명의 안마사가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입니다. 서울시 동작구의 마을기업으로, 2013년 12월 이수역 근처에 '맑은손 지압힐링센터'라는 안마원을 오픈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인액터스의 손길 팀은 작년 7월부터 맑은손 공동체와 인연을 맺고 경영전략부터 전단지 디자인까지 전방위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맑은손 공동체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업과 병행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쏟아가며, 자신의 사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입니다.(이번 방문 안마 때도 세 명의 팀원이 직접 방문해 안마사 분들의 통행을 돕거나 안마 기구를 옮기더군요.) 매장 오픈 전 다른 안마 업체들을 방문한 뒤 고객 여정맵을 만들어보고, 개선점을 고민하는 모습에서는 서비스 디자이너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송영일 책임이 바라본 인액터스

Q.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약 네 번 정도 손길 팀과 만남을 가지신 걸로 안다. 첫 느낌은 어땠나?
처음에는 100% 실패할 줄 알았다. 사회 공헌과 관련하여 다양한 단체를 만났었는데, 학생이라는 한계가 명확했고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보여주기에 치우치는 경우도 많았다. 손길 친구들도 처음에는 매장 인테리어와 같은, 곁가지 요소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이들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을 학생들이 할 수 있을지 꽤 회의적이었다.

Q. 이제 프로젝트가 시작된지 8개월 정도 되었다. 지금 보기에는 어떤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전략을 보여주었다. 두 가지 포인트를 잘 잡은 것이 인상깊었는데, 하나는 20~30분짜리 '부분'안마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여 안마라는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았던 대학생, 직장인이나 동네 노인 계층과 같은 새로운 타겟을 공략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과 서비스, 기술(ex. 퇴행성 질환 보조 안마기술)을 개발하는 등, 마을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시각장애라는 요소가 줄 수 있는 거부감이나 편견은 안마사의 전문성과 고객이 되는 마을 주민과의 지속적인 관계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대규모 프랜차이즈 마사지 업체와도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멘토로서 손길 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실 멘토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다지 큰 역할은 하고 있지 않다. 그냥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정도...? 매장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자꾸 엎어져서 좌절해 있을 때 '이건 기회다. 매장 오픈이 늦어진 만큼 더 알찬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는거다!'와 같은 말을 해준다거나, 공모전을 준비할 때 기껏 잘 잡은 컨셉을 뒤엎고 감동 컨셉으로 바꾸려는 등 흔들릴 때 '잘 하고 있어!'와 같은 말을 해준다거나. 딱 그 정도였다.

Q. 인액터스가 다른 대학생 봉사 단체와 다른 점은? 
인액터스는 사업체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한다는 점에서 그냥 봉사 단체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초기 팀장이었던 오혜인 학생을 보면서, 맑은손 공동체를 '도와준다'기 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데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부족한 일손을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상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초반에 팀장인데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이었던 것도 참 맘에 들었다. 무조건 잘될 거라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명확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긴 이후에도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게 굉장히 힘들다. 초기에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케어가 필요한데, 인액터스가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마을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잡초같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전문적인 안마서비스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면서,
시각 장애인 안마사가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맑은손 공동체와 손길 팀에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칩니다. 

관련 링크
맑은손 공동체 홈페이지 http://www.malgunson.com/
맑은손 공동체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malgunsoncoop?fref=ts
서울대학교 인액터스 홈페이지 http://www.enactus-snu.org/renew/MA/
세상콘테스트 수상 관련 홈페이지 http://contest.se-sang.com/news-view?id=46742
 

[참고##pxd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