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Human Human

2014. 6. 9. 10:21UI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The Most Human Human
What Artifical Intelligence Teaches Us About Being Alive
by Brian Christian

AI(인공지능)에 관한 흥미로운 책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AI 때문에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아래의 글은 책의 내용과 나의 생각이 뒤섞인 글이며, 정확하게 책의 내용을 분리하기를 원한다면 참고 페이지를 찾아 직접 보면 된다)

저자는 우선 튜링 테스트를 소개한다.


튜링 테스트 - 사람인가?
Turing Test는 CS(Computer Science)의 창시자로 알려진 영국 수학자 Alan Turing이 제안한 것으로 5분동안 두 명의 상대자와 대화한 후,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맞추는 테스트다. The Most Human Human p4

1950년대에 처음 튜링이 튜링테스트를 제안 했을 때, 그는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인간의 30%정도는 속일 수 있을 거라고 (대화 상대가 컴퓨터인지 사람인지) 예측했다.

일등한 컴퓨터는 Most Human Computer 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Most Human Human 상이다. 인간으로 참여해 심판관들에게 가장 많이 인간으로 판정 받은 사람에게 준다. ㅎㅎ 

이 튜링상을 64년만에 처음으로 통과한 팀이 나왔다고 뉴스가 발표되었다.
레딩대는 전날 영국 왕립학회(로열 소사이어티)에서 이 대학 시스템공학부와 유럽연합(EU)의 재정지원을 받는 로봇기술 법제도 연구기관 '로보로'가 개최한 '튜링 테스트 2014' 행사에서 이런 판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학에 따르면 경쟁에 참가한 프로그램 중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유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01&aid=0006949768
현재는 비영어권 국가에 사는 13살 어린이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하여 비난을 많이 받고 있긴 한데, 이 성공과는 별개로 조만간 영어권 성인으로 위장해도 사람들이 구별하지 못 하는 시대가 곧 올 것 같다. (참고:http://www.npr.org/2014/06/09/320375613/in-a-landmark-first-an-ai-program-fools-the-turing-test)


Phonagnosics - 그 사람인가?
펭귄은 대략 15만 마리의 새끼 가운데 자기 새끼의 울음 소리를 정확히 찾아낸다. 인간도 훨씬 못 미치기는 하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듣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얼굴형태, 목소리등 주로 form 을 사용해서 authentication 을 하는 반면, 컴퓨터는 패스워드, 생일, 주민번호등 주로 content를 통해서 인증(auth)을 한다. ('인증'과 달리 '친밀도intimacy'는 form&content이다. 어디사는지, 형제는 몇 명인지등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병을 phonagnosics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전화를 통해 상대방의 성별, 나이, 감정 상태등 모든 정보를 다 추측할 수 있는 반면, 딱 상대방이 누구인지만 모른다. 심지어 자기 엄마도. P16-18

그렇다면 만약 컴퓨터가 앞으로 (친밀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그 사람인가?라는 것을 알려면 어떻게 phonagnosia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컴퓨터는 정말 똑똑한 체를 다 하고,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입력한 정보가 맞네 틀렸네 온갖 간섭을 다 하지만, 항상 나와 같이 작업을 하는데도, 매일 아침 내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정색을 하고 '너는 누구냐?'라면서 암호를 입력하라고 강요한다. '나'를 몰라 본다. 세상의 온갖 스마트 기기들이 '스마트'라는 말이 무색하게, 내가 누구인가 같은 인간 사이에는 매우매우 기본적인 상호작용의 출발점을 하지 못 한다.


Eudaimonia - 인생의 목적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유명한 니코마코스 윤리학(The Nicomachean Ethics)에서 인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수단(means)과 목적(ends)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목적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 차를 탄 건 가게에 가려는 목적 때문이고, 가게에 가는 건 프린터를 사려는 목적 때문이고, 프린터를 산 건 이력서를 출력하려고, 이력서를 출력한 건 직장을 얻으려고...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 어떤 것의 수단도 되지 않는 궁극의 목적이 있으니 그것이, Eudaimonia이다. 그리스어 Eudaimonia는 영어로 흔히 happiness, success, flourishing 등으로 번역되는데, 어원학적으로 보면 영혼의 평안함(Well-being of spirit)에 가깝다. 단순히 '행복'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데, 불량식품을 먹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eudaimonia는 이런 행복은 아니다. 오히려 번영(flourishing)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p45-46


뇌사와 영혼 다운로드 - 인간의 정의
고대인들은 인간의 마음이 심장이나 간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인들은 미이라를 만들 때, 심장은 몸 안에 두었고, 나머지 장기들은 별도의 항아리에 보관했지만, 뇌는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해 버렸다. 현대의 과학에 의하여 이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인간의 마음(영혼)은 뇌에 들어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아직도 이 생각을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인간의 영혼이 저기 어딘가에 떠 다닌다거나, 몸 전체에 퍼져있다거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인간의 영혼은, 뇌에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점점 더 많은 과학자/법학자들이 이 생각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인간의 사망 = 뇌 전영역의 기능 정지(뇌사)'를 법적인 정의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p40 & p51 The Most Human Human

그렇다면 생명 연장은 뇌의 기억을 다운로드&업로드 함으로서 가능하다. 즉 내 몸이 죽기 전에 뇌의 모든 기억 내용을 컴퓨터로 다운로드하고, 새로운 몸을 마련한 후에, 기억 내용을 업로드한다면, 아마도 지금의 나와 거의 동일한 '내'가 될 것이다. 너무 공상과학처럼 들리겠지만, 현재의 기술은 쥐의 뇌 일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Mind_uploading


(p67 에 UX라고 제목을 단 소챕터가 있어서 집중하여 읽어 보았으나, 별 내용 없어서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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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The Most Human Human은 위의 튜링 테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심사위원으로 부터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평가 받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컴퓨터가 얼마나 인간적인가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The Most Human Human상은, 그러나 거꾸로, 우리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해 준다. 우리는, 그냥 "인간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때 보다, 우리와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할 때, 인간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영감을 얻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참고: 그렇다면 우리에게 '컴퓨터'란 무엇인가?
UX 분야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The Media Equ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