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사고

2014. 11. 17. 01:00UI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배움에 있어서 최적의 경험은 무엇일까?


학교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러 초-중-고등학생과 선생님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니 매일 쉼 없이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8시 반까지 가요. 늦으면 지각비가 5분에 오백원이에요. 수업은 45분씩 7교시까지고, 쉬는 시간은 친구들과 놀거나 자요. 학교 후에 6시에 수학, 영어 단과반 학원에 가요. 학원이 8시에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죠. - 중학교 3학년 김OO'

이렇게 내내 공부를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이 과목이 무엇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모르면서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는 것 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요. 저희가 만났던 선생님 중 한 분은 그런 이유로 학생들에게 학교는 감옥일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자료조사 중에 보았던 뉴욕 주 '올해의 교사' 존 테일러 씨의 한마디가 공교육의 현실을 잘 짚어줍니다.
'수업시간과 조각난 과목들로 학생들 스스로 배움에 대한 자발성이 약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정해진 교과목 너머를 탐구하거나 토론하는 일은 없다. 벨이 울리면 다음 수업을 들어야 한다. 질서는 호기심의 우위에 놓였고, 조직화가 개인의 자주성에 우선했다.'

호기심 없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까요. 주체적인 질문 없이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 배움이 향하고 있는 목적을 모르면서 하루, 한 달, 몇 년을 견디는 일은 얼마나 괴로운 일이던가요. 사용자 조사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며 저는 제 학창시절의 목적없이 공부하던 괴로웠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 본연의 학습 메커니즘에 따라, 가장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까? 배움에 있어서 최적의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바람직한 방향의 여러 대안학교, 그리고 공교육 내에서도 혁신학교, 일반학교의 교육자들께서 이 질문을 붙잡고 현실과 싸우고 환경을 바꾸고 계셨습니다. 토론수업, 모둠수업, 거꾸로 교실 등이 실천되고 있으며 교육자가 만든 환경 안에서 학생들의 주도로 배움 중심의 수업으로 변화해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더 학생들의 호기심과 주체적인 질문을 독려하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내내 우리가 만난 '교사'라는 집단은 다른 그 어떤 공동체보다 변화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었으며, 배운 것을 공유하는 데 능숙했습니다.(이미 '인디스쿨'이라는 대부분의 초-중등 교사가 가입된 지식공유 커뮤니티가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위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반대로 최선을 다해 문제점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었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 환경' 그 자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시스템에 있어서 변화의 주체는 확실히 교사여야 하고, 질문의 주체도 교사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사고 툴킷, 워크북 2.0> 은 그런 변화의 주체인 교육자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그들이 지금의 결핍된 환경에 질문 할 수 있도록. 그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몇 해전 혁신의 아이콘 아이데오IDEO는 리버데일Riverdale 지역학교의 교사와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씽킹 툴킷과 워크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구를 사용하여 비영리단체인 '디자인 씽킹 하와이'가 하와이 주 지역 내에 위치한 학교를 변화시켰듯, pxd open도 'open edu'라는 본연의 방향성에 맞게 한국에 위치한 다양한 초중고 학교들이 변화되도록 돕고자 합니다

참고: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란?


왜 디자인 사고 인가.

인지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디자인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디자인은 현재의 상태를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Design is transformation of existing conditions into preferred ones. - Dr. Herbert Simon

기존의 교육이 배움의 목적을 국어, 수학, 영어 등의 기초 학문을 익히는 것 그 자체에 두었다면, '디자인 사고' 는 우리 주변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배움의 목적을 둡니다. 학습자가 10여년을 배워야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치를 가진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디자인 사고는 자기 주변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아무리 어려도 학습자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전제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학습자 일상의 문제에서 시작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내는 과정이기에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가. 학습자 피부에 와닿는 명확한 배움의 목적
    - 내가 왜 공부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 알고있음.

나. 학습의 결과가 주변과 일상을 변화시킴
    - 노력의 결과가 단순히 점수가 아닌, 실체로 만들어짐. 학습의 보람을 느낌.

다. 답이 아닌, 문제 자체를 정의하는 학습
    - 학습자가 질문의 프레임을 바꿔나가는 자기주도성.

라. 주변 관찰과 대화를 통한 공감을 통한 학습
    -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필요에 반응하는 훈련.

. 교실이 무대가 됨.
    - 학습자가 자신의 작업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 작은 성공을 통한 자신감 획득.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가정 하에 Design Thinking 교육이 어떤 진행방식인지 상상하실 수 있도록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1. 공감 Empathy :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학급에서 불편한 점을 포스트잇에 50개정도 도출해 서로 이야기 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공감가는 문제에 스티커 투표를 해봅니다. ‘현재 사용하는 빗자루가 너무 크고 불편하다’는 포스트 잇에 가장 많은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청소와 빗자루'라는 주제를 가지고 2인1조를 이루어 다른 반 아이들과 만나 여러명 인터뷰 해봅니다. 주변의 청소함의 규모 사이즈 등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만들수 밖에 없는지 목공소 아저씨 등을 인터뷰합니다.

2. 문제정의 Define : ‘초등학생에게 맞는 청소용 빗자루는 어떤 형태일까?’혹은 ‘함께하는 게임처럼 즐겁게 청소를 할 순 없을까?’ 등 각자 질문을 정의해 봅니다. 토론과 공감 스티커 투표를 통해 어떤 질문이 가장 가치있고, 실제적인지 선정합니다. 청소가 왜 필요한지, 각 나라의 효과적 청소방식, 손과 손바닥의 구조에 따라 잡기 편한 손잡이, 대기 중 미세먼지, 황사의 원인과 시기, 교실 단위면적 당 쾌적함의 기준 등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식을 학습합니다.

3. 아이디어 도출 Ideate : 질문과 상관없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제시(Random Input)하며 수평적인 사고를 독려하며, 세상에 없던 엉뚱한 빗자루의 아이디어를 100개이상 빠르게 내봅니다. 공감 스티커 투표를 실시해, 적절한 소수의 아이디어를 추려냅니다.

4. 간단 모형 제작 Prototype : 팀을 구성하여 위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수수깡, 색종이, 레고 등을 활용하여 간단한 모형으로 빠르게 제작합니다.

5. 적용 및 개선 Test : 제작된 모형을 옆반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설명하며, 반응을 관찰합니다. 개선사항을 반영하여 다시 모형을 제작하기를 반복하며, 실제 재료들로 구성된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듭니다. 과정별로 학습한 것을 서로 공유하며, 최종 결과물은 과정에서 배운 모든 시행착오를 정리하여 발표합니다.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사고 툴킷 퀵스타트 가이드>

http://www.slideshare.net/pxdstory/dt-for-edu-quick-start-guide


<IDEO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사고 툴킷 2.0(한국어번역)>

http://www.slideshare.net/pxdstory/ideo-20


< IDEO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사고 워크북 2.0(한국어번역)>

http://www.slideshare.net/pxdstory/ideo-20-41491976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사고 툴킷, 워크북 2.0> 을 개인의 힘으로 한국의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당연히 교재가 만들어진 미국과 현재 국내 교육 환경은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처럼 교사로만 이루어진 디자인 팀을 꾸리기도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다고 수직적이고 유기체적인 교무실 문화 안에서 교사 혼자서 변화를 일으키는 모난 돌이 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pxd open은 교육자들과 함께, 국내 교육 환경의 실정과 선례에 맞게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사고 툴킷, 워크북 2.0> 을 개선시키고자 합니다. 현재 특정 초중고 교사/교육 혁신 커뮤니티와 함께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사고 툴킷, 워크북 2.0>의 번역을 담당하신 연세대학교 정의철 교수님외 수 많은 분들이 무보수로 수고해주셨습니다. 저희도 전체 번역기획 및 디자인, IDEO와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참여했습니다. 한국의 사례들이 더해지지 않는 이상, 현재 한국어 번역서 배포는 불완전한 시작 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배움에 있어서 최적의 경험'을 위해, '교사들이 주체가 되는 변화'를 위해 여러 도전과 개선을 담아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사고>의 활용 사례로 책을 보완하고 완전하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툴킷에 대해 - IDEO

IDEO에서 우리는 압도적으로 복잡한 챌린지를 수년 간 경험하면서 유사한 프로세스, 방법, 도구 등을 사용해 왔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사고가 어떻게 우리를 다음 단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가에 대해 자주 경험을 하였습니다. 전 세계의 교육분야에 디자인사고가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것은 우리를 매우 흥미롭게 합니다. 리버데일 지역 학교(Riverdale Country School)의 교사들은 그들의 교실과 학교에서 챌린지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프로세스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이 프로세스를 공유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 툴킷을 개발하였습니다.

* IDEO는 1978년 David M. Kelley 스탠포드대학 제품디자인과 교수에 의해 설립되어 22년만에 3천여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8개의 지사를 운영하면서 현재 600여명의 직원들로 이루어진, 세계 디자인을 선도하는 미국의 대표적 디자인컨설팅회사입니다.

*<Design thinking for educator>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designthinkingforeducators.com/


번역자의 글:

이 책은 디자인사고를 교육현장에 창의적으로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툴킷을 담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과정이 창의적 문제해결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교육현장에 디자인사고를 도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툴킷은 학교 교과과정, 교육공간, 교육 관련 도구와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며, 그 잠재적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때, 디자인사고를 통한 교육 현장의 의미있는 변화가 앞으로 기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본을 위해 많은 분들이 무보수로 참여하여 주셨으며, 이 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책의 번역 상의 오류나 발전적 제안은 언제든지 환영하며, 정의철(jech@yonsei.ac.kr)에게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보다 창의적 실천들이 이루어져서, 한국의 많은 사례들이 앞으로 소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툴킷 번역
정의철 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 인간중심통합디자인연구실(HCID LAB.) 교수
김은정 동서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워크북 번역
정의철 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 인간중심통합디자인연구실(HCID LAB.) 교수
이명호 (사)창조경제연구회 상임이사

감수
홍성욱 적정기술 미래포럼

출판기획
이재용, 송영일 (주)피엑스디

편집
김소망 (주)피엑스디

[참고##pxd open##] [참고##디자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