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웹3.0과 무슨 상관이 있죠?

2023. 1. 19. 17:50Blockchain UX 이야기
윤장희

투표는 DAO(Decentralize Autonomous Organization)의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수단

최근 언론 보도에서 웹 3.0을 이야기하면서 '탈중앙화', '블록체인' 등을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자주 거론되는 '탈중앙화'를 통해 '중앙 기관(중개 플랫폼)'이 없더라도 구성원 간의 상호 작용(웹 2.0)과 개방적인 커뮤니티(웹 1.0)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죠(출처).

웹 3.0의 미래에 대해서 아직은 의견이 분분하나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오는 '탈중앙화'에 다양한 기대를 거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탈중앙화'라는 용어에서 보이는 것 처럼 중앙 기관의 막강한 권력이 분산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무정부주의(아나키즘) 화폐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출처).

이처럼 블록체인 내면에는 권력의 분산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매우 정치적입니다. 그렇다면 '탈중앙화', 즉 중앙이 존재하지 않거나 권한이 약해진 경우 의사 결정은 누가하며 결정된 의사는 누구에 의해서 실행된다는 말일까요? 

블록체인에서의 의사 결정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결정하며, 실행은 스마트 콘트랙트로 이뤄집니다. 이처럼 분산된 의결 구조를 가진 조직을 DAO(Decentralize Autonomous Organization, 이하 다오)라고 부릅니다. 

다오는 별도의 중앙화된 관리 체계와 위계가 없습니다. 투명하게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으로 공동의 의사 결정에 참여해 목표를 달성합니다(Govenance). 따라서 네트워크 구성원의 투표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다오와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러한 DAO의 가장 중요한 의결 수단인 투표(Vote)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투표'라고 하면 우리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어릴 적 한 번쯤 경험했을 반장 투표 등을 떠올리며, 1인이 하나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익숙한 방식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DAO의 의결 방식에서는 '1 토큰 = 1 투표권' 방식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마치 주주의 주식 보유분에 따라 투표 권한을 다르게 지급하는 주주 총회의 의결 구조와 유사합니다.

토큰을 보유하고 다오에 참여하고 있는 '홀더'는 주주인 동시에 직원이며, 고객이기 때문에 토큰의 보유 정도에 따라서 권한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함이 공평한 문제일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데, 자칫 금권 정치로 흘러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오 전체 구성원의 참여는 다오 참여자의 주권은 강화되지만 의사 결정이 느리고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오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여러 관계자의 이해가 나뉘기 때문에 참여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 방법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민주적인 의사 결정 vs 효율적인 의사 결정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투표 권한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은 때때로 정당한 절차로 보이며 의결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투표권을 주는 방식에 좀 더 익숙하며, 그것이 보편적으로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토큰 또는 코인의 양으로 투표권의 양을 다르게 지급하는 방식은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고래 : Crypto Whale)이 모든 권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되죠.

따라서 안건의 속성에 따라 다수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따를 것인지, 혹은 이것의 절충안을 마련할지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확인하고 취합하기 위해서는 1인당 하나의 투표권을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다오의 운영 항목이나 긴급성이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토큰 수에 따라 투표권을 다르게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고래의 권한을 줄이고 효율적인 투표를 하기 위한 절충안으로서 Quadratic voting, Square root Voting 등의 방식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출처 :https://jumpcrypto.com/square-root-voting/

 

무관심과 싸우기 (다수결이 항상 답일까?)

현실이든 웹 3.0에서든 투표는 일반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유권자를 필요로 합니다. 이것을 정족수 투표라고 합니다. 낮은 정족수는 제안을 매우 쉽게 통과시키고 때때로 다오가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상해 정족수를 높게 하면 제안을 통과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때문에 많은 다오들이 거버넌스를 운영하면서 의결을 위해 적절한 정족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다오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권자들이 투표에 무관심할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안건을 통과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다오의 약점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빌드 파이낸스라는 다오 조직이 최근 '적대적 거버넌스 인수' 공격을 받아 47만 달러(약 5억 6395만 원)의 자금이 유출되는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출처). 따라서 많은 다오들은 커뮤니티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관심이 낮고, 언제든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부동층 유권자를 스윙 보터(Swing voter) 또는 플로팅 보터(floating voter)라고 부릅니다. 다오는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 특정한 '보상(Token airdrop)'을 주거나, 이들의 참여를 배제하기 위해서 특별한 조건(특정 토큰의 보유분, 토큰 보유량 등)을 걸기도 합니다. 또 토큰의 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거나, 투표권을 위임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확신 투표(Coniction voting), 홀로그래픽 합의(Holograpic Consensus)와 같은 실험적인 방법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꼼수가 존재한다

현실 세계의 정치와 선거에서도 부정 투표가 일어나듯이 웹 3.0에서도 여러 부정 투표 시도들이 있습니다. 유권자가 투표권을 거래 또는 담합하기도 하고, 투표 마감 직전 대량의 투표권을 사용하거나, 이미 투표한 투표권을 회수해 투표 결과를 조작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에서의 투표는 투명하고 추적할 수 있지만 유권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 투표를 막기 어렵습니다. 특히 가짜 노드가 전체를 장악하는 시빌 공격(Sybill attack)에 취약하기 때문에, 조건을 복잡하게 걸어 유권자로 하여금 투표권 행사에 적절한 제약을 걸고, 계정 활동을 추적해 투표권이 유효한지를 검증하는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보유 토큰을 일정 기간 Lock-up해 투표 과정에서 투표권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지갑 주소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여러 인증 절차를 통해서 기준을 만족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등의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마치며

다오의 의사 결정은 중앙화된 관리 체계가 없거나 권한이 약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투표라는 형태로 받고 있습니다. 다오의 거버넌스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또 다오의 정체성과 목표에 따라서 참여한 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오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투표 방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투표 방법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웹3.0에서 'UXer'는 커뮤니티를 공격하는 여러 수단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의도된 복잡성'과 '토큰 홀더'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 사이에 적절한 균형감을 가지고 사용자의 경험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은 윤장희 개인 블로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