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산책 2] 보이지 않는 고릴라

2013. 3. 5. 01:39리뷰
알 수 없는 사용자

'심리학 산책'은 UX 디자이너를 위해 심리학 책들을 총 10회에 걸쳐서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연재 의도와 전체 책 목록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연재 소개] UX 디자이너가 읽어야할 심리학 책 10가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 김명철 옮김

The Invisible Gorilla
 And Other Ways Our Intuitions Deceive Us
- by Christopher Chabris and Daniel Simons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먼저 실험 하나를 직접 체험해 보세요. 바로 여기서 간단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이 실험은 주의력에 대한 실험입니다.
  • 실험은 동영상을 보면서 진행됩니다.
  • 동영상이 시작되면 화면 속에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농구공을 서로 패스합니다.
  • 참가자로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흰 옷의 선수들이 패스를 몇 번이나 하는가를 세는 것입니다.
  • 다른 색이 아니라 '흰색 옷'의 패스 횟수를 세는 것입니다. 
  • 준비 되셨나요?  그럼 아래 동영상을 보세요.
  • http://www.youtube.com/watch?v=vJG698U2Mvo

패스 횟수가 몇 번이었나요? 위 동영상 아직 보지 않으셨어요? 정답은 여기에 적지 않겠습니다. 동영상 끝에 정답도 있으니, 아래 글로 넘어가기 전에 동영상을 꼭 직접 보세요.

자, 패스 횟수가 몇 번인지 맞추셨나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보셨듯이 그 뒤에 뭔가가 더 있습니다.

이 실험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수행했던 것이고, 상당히 유명한 실험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이 실험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그래서, 제목 이야기를 하기 전에 위 동영상을 먼저 보시라고 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인상적이기 때문에, 저도 강의 때 종종 보여드립니다. 처음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와 합니다. 물론,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도 있고 그런 분들에게는 당연히 효과가 전혀 없죠. 그런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많아지더군요. 이제는 이 글까지 썼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네요. :)


왜 착각인가

이 책은 착각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의력, 기억력, 자신감, 지식, 원인, 잠재력 등 6가지 인지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얼마나 잘못 알고 있는지를 수많은 착각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외성을 가지는 착각의 사례들로 가득찬 책이라 참 재미있습니다.

착각은 일반인들에게 흥미있는 소재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에게 연구하기 좋은 대상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인지 기능은 주어진 정보를 정확하게 또는 주어진 그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우리는 흔히 생각합니다. 그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많은 경우 다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정보를 있는 그대로 처리하지 않는 현상,  즉 착각이 나타나면 학문적으로는 도전에 부딪치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이 하나이니까, 착각이 아닌 상황과 착각의 상황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착각에 대한 연구는 인간 심리적 능력의 한계를 알게 해 주기 때문에 그 내용의 측면에서도 유익합니다. 보통 상황에서는 문제 없이 작동되는 것들이 특정 상황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고 할 때 그러한 상황들의 특징을 알고 있으면 우리의 능력이 어디까지 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실용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고릴라 실험은 사람들이 주의력 착각을 깨닫고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 주기에 가치가 있다. (p.67)
가장 필요한 개혁은 우리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법률 제도의 이해'다. 경찰, 목격자, 변호사, 판사, 배심원들은 우리가 논의한 착각들에 빠질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p.171)

인간 인지 프로세스의 특성

이 책의 각 장들을 읽다 보면, 인지 심리학에서 중요한 이론적 개념들이 나옵니다. 주요한 몇 가지를 꼽아보겠습니다. 잘 이해하고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터널 시야(tunnel vision), 선택적 주의 (selective attention), 한정된 자원
  • 단기 기억(short term memory), 단기 기억 용량 한계(short term memory span), 연합(association. 책에서는 '연관성을 만든다'로 설명됨), 인출 단서(retrieval cue. 책에서는 '회상의 실마리'로 번역됨), 섬광 기억(flashbulb memory)
  • 특질(trait. 책에서는 '특성'으로 번역됨.) 목격자 기억
  • 인과 관계(causal relation), 상관 관계(correlational relation), 실험, 관찰

이 책을 잘 읽다 보면 주의, 기억 등 서로 다른 인지 기능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정확성보다는 효율성을, 주어진 정보 자체보다는 의미와 이유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착각들은 바로 그런 메커니즘의 부작용 같은 것이지요.
사실, 무주의 맹시는 주의력이 작용한 결과로서 정신을 집중하는 우리의 예외적인(예외적으로 유용한) 능력에 대한 대가이다. (중략) 주의력은 우리가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제한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다. (p.66~67)
무엇을 인지할 때 사람은 모든 정보를 상세하고 완전하게 조합하기보다는 본 것(들은 것, 냄새 등)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추출하려 한다. 인간이 입수되는 모든 자극을 똑같이 충직하게 간직하도록 뇌를 진화시켜 왔다면 보유 에너지와 자원을 터무니없이 낭비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다. (p.80)
세상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마구잡이 배열보다는 의미 있는 패턴을 인식하고, 우연의 일치보다는 원인을 추론하게끔 편향되어 있다. (p.225)
이러한 특징은 인간의 심리적 매커니즘에서 매우 보편적인 것입니다. 앞으로도 심리학 책을 읽을 때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시면 이런 점을 계속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UX 디자이너에게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보신 적 있는 UX 디자이너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사용자 조사를 할 때 많은 경우는 사용자의 기억에 의존한 방법을 쓰게 됩니다. 설문이나 FGD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지요. 그 기억이 우리 생각보다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감을 표현하더라도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하면 안되겠지요.

사실, 이런 한계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를 연구하는 UX 디자이너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사용자를 관찰할 때 보아야 할 것을 놓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보아서 원인에 대해서 잘못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 상태와 그에게 잠정적으로 내려진 진단내용을 모르는 다른 방사선 전문의가 사진을 보며 처음 검토할 때는 못 봤던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이다. (p.63)
디자인을 위한 조사나 연구 과정뿐만 아니라 디자인 결과물 자체에도 이 책의 내용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이 책에서 설명하는 특성을 가진 인간이니까요.
인명구조처럼 자동탐색 같은 혁신적 기술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면, 기술의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p.70)
이제 '시선을 두는 행위'와 '보는 행위'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에, 전방표시장치(HUD)를 이용하면 예상치 못한 일을 더 잘 감지할 수 있을 거라는 직관적인 생각은 틀렸음을 알 수 있다. (p.43)

이런 문제는 인명구조 자동 탐색이나 HUD 같은 특별한 제품에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UI 요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화면에 띄우는 팝업이나 토스트 메시지를 사용자가 모두 정확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디자인한다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고 당황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참고##심리학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