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마주 닿는 곳, 예술과 통하는 곳, 진실의 순간을 만나는 곳-Hansol Museum

2013. 6. 14. 00:01GUI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한솔 뮤지엄(http://www.hansolmuseum.org/)은 기획, 설계, 완성까지 약 8년의 기간에 걸쳐 지어진 곳으로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내 산자락에 있는 전원형 뮤지엄이다. 또 이 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으로도 유명한데, 안도 다다오를 잘 모르더라도 그가 건축에서 추구하려는 바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건축적 특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뮤지엄은 웰컴센터와 본관(페이퍼갤러리&청조갤러리), 3개의 가든(플라워가든, 워터가든, 스톤가든),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Flower Garden

웰컴센터를 지나 성곽 같은 두 개의 담 사이로 들어가면 플라워 가든이 나온다. 패랭이꽃 들판 너머로 보이는 맞은편 산등성이와 하늘(시각), 패랭이꽃 향기(후각), 또 가든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청각)이 3개의 감각을 자극하여 총체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지금은 패랭이꽃의 꽃대가 막 올라오는 시기인데, 8월 즈음에는 들판 전체가 핑크빛으로 덮인다고 한다.
길을 따라 패랭이꽃 들판을 지나면 자작나무숲 길이 나타난다. 나무껍질의 기름 성분이 불에 탈 때 나는 자작자작의 소리로 나무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을 도슨트의 설명으로 이 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Water Garden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박물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잔잔한 수변 공간 아래에 깔린 해미석이 햇빛에 반사되어 본관 노출콘크리트에 일렁이며 비치는 무늬가 인상적이다.
워터가든에는 알렉산더 리버만 작가의 'Archway 1997'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워터 가든으로 완벽히 들어가야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비단 이곳에서만이 아니라 뮤지엄 전체가 이러한 패턴이다. 전체를 한 번에 보여주지 않고 조금씩 드러내는 공간 구성은 내가 걷고 있는 너머의 공간을 상상해 볼 수 있게끔 한다. 한솔 뮤지엄이 꽤 넓은 면적임에도 그 안에서의 보행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본관(페이퍼갤러리&청조갤러리)
본관에는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가 있다. 현재는 '진실의 순간(A Moment of Truth)이란 제목으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페이퍼갤러리에는 종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주고 종이의 가치를 재발견 할 수 있는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 등이 있고 청조갤러리에는 한국 근현대 작가의 회화,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Stone Garden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 마운드는 널려진 돌 조각들을 보고 그 돌들에 생명력을 부여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도 있다고 한다. 총 9개의 스톤 마운드 사이 사이에 조지 시걸, 베르나르 브네, 토니 스미스, 헨리 무어의 조각품들이 스톤마운드의 산책길을 따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임스 터렐
스톤가든 끝 왼편으로 제임스 터렐관이 있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 빛의 마술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은 대학에서 지각심리학, 수학, 지질학, 천문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인식론과 시각 환영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의 어린 시절 자라온 배경을 좀 더 알고 그의 작품을 접하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감상할 수 있겠지만 공간 속의 빛의 환영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총 4개의 터렐 작품(Skyspace, Horizon, Ganzfeld, Wedgework)을 개별 관람이 아닌 도슨트가 함께하는 미니가이드투어 형태로 볼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스스로의 시지각을 의심하면서 환영과 착시, 혹은 의심끝에 실재하는 공간의 뒤늦은 인식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므로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꼭 들렀다 오는 것을 권한다.

글을 마치며..
한솔뮤지엄은 공간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학부 때, 르꼬르뷔지에(안도다다오가가 영향을 받은 건축가)의 빌라사보아를 만들어봤던 공간 수업의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다. 소개한 장소들은 하나의 길로 쭉 이어져 있어서 관람을 모두 끝내면 갔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하는 동선이므로 도슨트의 안내를 받으며 따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찬찬히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또, 해가 계속 떠 있는 밝은 중에 다녀왔지만 해가 지는 오후 느지막까지 머문다면 또 다른 분위기의 뮤지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진 편은 아니라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이 때에 어서 다녀오시길!
[참고##전시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