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bit Lab - HCD를 통해 탄생한 적정기술

2014. 3. 5. 00:11UX 가벼운 이야기
onsoo.jeong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단체들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수 문제, 위생 문제,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Hatbit Lab'에서는 일반적인 단체들과는 달리 색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바로 아프리카에서의 엔터테인먼트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바로 이 아프리카 주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수, 위생, 주거 문제들은 물론 중요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로 했던 다른 하나는 바로 '재미'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너무 많은 단체들이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을 배제하고, 아니 생각하지도 않고 식수, 위생, 주거 문제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이 'Hatbit Lab'의 햇빛영화관이 HCD툴킷에 따라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각 단계를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햇빛영화관을 보기위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아이들

Hear단계 : 햇빛 영화관의 시작
김정태 MYSC 이사, 적정기술 미래포럼 사무국장 님께서는 캄보디아에 적정기술제품인 정수기를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한 뒤, 현지인이 정수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한국에 온 뒤 그 사진을 보니 현지인이 기뻐하거나 행복해하는 표정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이 정수기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잘 충족시키지 못한 제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와 경험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프로젝트 가젤 project Gazelle 팀을 구성하여 HCD 중 첫 번째 단계인 Hearing을 말라위 구믈리라라는 마을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주 동안의 Hearing을 진행하면서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질문했던 리서치 방법에서 그들의 가치와 경험에 대한 질문으로 리서치 방법을 하면 어떨까', '어떻게 하면 현지인들이 커뮤니티 기반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더욱더 현지인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현지인들과 함께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사용자 가치, 경험 중심 리서치
‘Social Enterprise Game’ 의 우승자 도고장이 마틴
가젤팀은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니즈를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만들고 구체화시키는 것을 알려주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임 Social Enterprise Game 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도고장이 마틴'이라는 18살 청년이 '태양광 충전 영화관'이라는 아이디어로 우승을 했는데요. '태양광 충전 영화관'은 낮에 태양광을 통해 충전한 전력을 가지고 밤에 TV를 통해 영화를 상영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마틴은 게임에서 받은 상금을 가지고 중고 DVD플레이어를 구매하여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였고, 이 기간동안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는 도넛 가격 정도인 20~40 콰차를 받고 여러 차례 영화를 상영하였습니다. 하지만 태양광으로 모은 전력으로는 TV를 켜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와 매번 같은 곳에서 상영을 하다 보니 한정된 수요를 가지고 있다는 한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프로젝트 가젤팀은 HCD의 H단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Create단계 : 햇빛 영화관 탄생
김정태 사무국장님은 HCD에서 2번째 단계인 Create을 삼성의 'Creative Lab'과 함께 'Hatbit Lab'을 만들어 진행하셨습니다. H단계에서 마틴이 알려주었던 '태양광 충전 영화관'의 한계를 휴대용 빔프로젝터와 대용량 태양발전세트를 이용하여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때 아프리카 현지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본체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며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Hatbit Lab 홈페이지에 올라온 '프토토타입 일지'
2013. 04. 30.
종이상자로 body를 만들고 손전등을 열원으로 하여, 첫번째 prototype을 제작하였습니다. 화면을 밝게 하려면 열원의 세기가 세야하는데, 그러면 열이 많이 발생하여 금새 뜨거워집니다. 이 두가지 이슈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하여, 적당한 열원과 열을 식힐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보았습니다.
2013. 05. 30.
좀 더 단단한 택배 박스를 body로 한 두번째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입니다. 적절한 밝기의 LED를 찾고, 열 발생을 줄이기 위해 Fan도 달고 있습니다. 발생한 열 때문에 전선이 녹아 연기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햇빛 랩 팀은 열심히 적정선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_^
2013.08
나무를 이용해 튼튼한 body를 만들어 아프리카의 먼지 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게 했어요! 가장 좋은 LED광원을 찾았고, 빛 손실을 줄이고자 내부는 까만 색을 칠했습니다. “샤이니” 라는 이름도 생겼구요, 두번째 샤이니도 탄생 중 입니다.


Deliver단계 : 에디오피아의 햇빛 영화관
HCD의 마지막 단계인 Deliver는 에디오피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Hatbit Lab은 현지인들과 함께 햇빛영화관의 영상기를 만드는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만드는 방법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시범으로 조립을 하는 Hatbit Lab 팀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 워크샵이 계획한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고 합니다 :)  현재 에디오피아의 현지인이 햇빛영화관 1호점을 운영하고 있고, Hatbit Lab은 계속해서 현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햇빛영화관 상영기인 샤이니의 2.0버전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햇빛영화관 상영기 '샤이니' 제작법을 교육받고 있다.
워크샵에서 팀별로 만든 상영기와 제작자들
에디오피아 시범운영과 현장테스트

마치며..
영화를 상영하는 햇빛영화관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어떻게 적정기술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적정기술'은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어야 하고 엔터테인은 그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선입관 때문이 아닐까요.

이러한 선입관을 깨면서 나온 것이 바로 '함께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정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총서인 '90%를 위한 디자인'의 후속작이 '90%와 함께하는 디자인'으로 바뀐 것 처럼말입니다. '햇빛영화관'처럼 현지인들과 함께하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적정기술,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사람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이 생겨나면 자신의 삶을 향상하는데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적정기술'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정기술'이라고 하는게 더 '적정기술'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햇빛영화관'처럼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니즈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주고 그것을 비즈니스모델로 만드는 것은 기존의 제품들 보다 더 적정한 적정기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에디오피아의 햇빛 영화관 다큐>


[참고##적정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