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역사 산책 4]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와 인본주의

2014. 5. 8. 01:00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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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차 강연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와 인본주의’ 라는 주제로 감성디자인을 대표하는 이탈리아로 디자인 여행을 떠났습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를 탄생시킨 이탈리아 디자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1주 : 디자인과 삶의 철학
2주 : 독일 바우하우스와 근대성
3주 : 1930년대 식민지 근대 공간과 이상의 시
4주 :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와 인본주의
5주 : 일본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이너들
6주 : 한국 디자인의 역사와 과제들

1. 이탈리아의 장인정신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은 와인과 비교되곤 합니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지방에서는 매우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세련된 맛이 특징인 ‘바르바레스코’, 묵직한 향과 고풍스러운 맛을 자랑하는 ‘바롤로’ 두 가지 와인이 피에몬테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에몬테 지방은 와인 생산뿐 아니라 마차에서부터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장인을 일컫는 ‘카로체리아’ 가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피에몬테의 여성스러운 바르바레스코와 묵직한 느낌의 바롤로를 적절히 배합한 카로체리아로는 피닌파리나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피닌파리나는 페라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명차를 탄생시킨 카로체리아입니다.

피린파리나의 Cisitalia 202GT
출처 : http://www.made-in-italy.com/italian-design/news/italian-auto-design-exhibition-in-los-angeles

1947년에 생산된 사진 속의 피닌파리나의 자동차Cisitalia 202GT는 자동차로서 드물게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어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단판 경량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이 자동차는 이전의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가볍게 디자인되었습니다.


2. 이탈리아의 역사

Torino 올림픽 풍경과 엠블럼
참고 URL : http://www.youtube.com/watch?v=W5pMNgMuEds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개막 영상을 보시면 이탈리아의 역사를 잘 알 수 있습니다. 1933년대를 표현한 안무는 현대적인 이탈리아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열정의 불꽃’ (Spark of passion)을 주제로 이탈리아의 열정, 역동성을 담아 이탈리아의 문화를 잘 담아 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F1 경주용 자동차의 바퀴자국을 이용해 올림픽 오륜기를 그려냈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오륜기가 형상화 된 모습을 보면 대장장이의 장인정신이 연상시키며 대중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인간의 몸, 땀, 시간이 녹여진 이러한 퍼포먼스는 이탈리아의 삶에 대한 열정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삶에서 늘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삶 자체를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의식을 치르는 듯 한 과정에서 이탈리아 디자인이 발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디자이너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파스타를 보면 삶의 작은 일상까지도 신경 쓰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베스파(Vespa) 스쿠터도 1946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습니다.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베스파 스쿠터는 영화의 인기와 함께 대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유선형의 몸체를 가지고 있는 베스파 스쿠터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재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로마의 휴일
출처 : www.stranitalia.com

이탈리아는 1861년 통일되기 전까지 북부와 남부로 국토가 분리되어 있다가 1870년부터1914년 사이에 근대국가 체제를 갖췄습니다. 그렇기때문에 19세기 말까지 이탈리아의 산업은 대부분 소규모 가내 수공업 형태로 유지했습니다. 예컨대 산업은 기껏해야 유리, 도자, 텍스타일과 같은 영역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1900년대에 비로소 철강산업이 발전하면서 조선, 해양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는 후발 산업국가로써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프랑스의 아르누보 운동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의 스틸레 리베르티운동이 발전했습니다. 아르누보란 단순히 장식을 위한 양식이 아니라 구조의 기능과 형태에 구조적인 요소로 장식을 곁들이는 양식을 말합니다. 즉, 스틸레 리베르티 운동은 전근대적인양식이 근대양식으로 발전해 나가는 중간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에 따른 디자인이 발전함과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이탈리아의 전통 공예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모던 디자인으로써의 움직임과 동시에 전통을 지키는 운동이 함께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3. 이탈리아의 모더니즘
이탈리아의 모더니즘은 디자인뿐 만 아니라 예술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미래파 작업은 모더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파의 예술가들은 근대 도시, 속도감을 화두로 던져 현대 도시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패션 디자인에서는 자코모 발라가 의상 자체에 속도감을 나타내면서 옷의 본질에 대해서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움베르니 보치오니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조각에 잘 나타냈습니다.

자코모 발라 의상 스케치 : giacomoballaarthistoryproject.blogspot.com
움베르토 보치오니 조각 : m.busan.com

미국에서 헨리 포드가 보여줬던 대량 생산 체제의 모습을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가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아트의 대량 생산 체제로의 변화는 효율성을 중시한 자동차 산업의 모더니즘을 향한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1936년에 생산된 피아트사의 토폴리오(fiat 500) 자동차는 이탈리아 지형에 걸맞으면서도 스트림라인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콤팩트한 미니카의 모습으로 디자인 된 가장 민주적인 자동차입니다.

1930년대 fiat 공장 모습 : www.lancisti.net
fiat 500(topolino) : www.mozartrents.com

피아트와 함께 올리베티도 이탈리아의 모더니즘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드리아노 올리베티는 1920년대에 미국의 합리적인 경영 방식을 배워와 아버지가 세운 올리베티 회사를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1930년대의 올리베티는 건축에서 타자기까지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토탈 디자인을 추구했습니다.

출처 : http://oztypewriter.blogspot.kr/


4. 노베첸토 운동
이탈리아 잡지 도무스지가 일으킨 노베첸토 운동은 오스트리아의 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전통을 기반으로한 신고전주의운동이었습니다. 노베첸토 운동은 피아트와 올리베티가 주도한 미국의 대량 생산 방식을 이탈리아역사, 문화를 통한 필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과 노베첸토 운동이 함께 나타나게 되면서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적인 감각이 녹아 들게 된 것입니다. 노베첸토 운동을 통해 이탈리아는 자국의 역사를 토대로 끊임없이 발전시키면서 이탈리아 디자인만의 차별화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두모오 광장
출처 : wonderfull-tourism.blogspot.com


5. 개별의 디자이너에게 끼친 영향
에토레 쏘트사스는 미국식의 대량 생산 체제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 디자이너로서 산업 디자인의 폭동을 일으킨 디자이너입니다. 1959년에 올리베티사에서 디자인한 컴퓨터는 컴퓨터를 도서관 서가식으로 분리해 사람들이 컴퓨터 사이를 드나들 수 있도록 디자인해 사람과 기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했습니다. 또한 1969년 발렌타인 타자기를 보면 사람과 제품을 연결시키려는 에토레 쏘트사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외장 케이스가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디자인되었고 케이스 자체를 받침대로 사용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스 잠금부위가 고무로 되어있어 탄성을 이용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타자기를 보관할 수 있도록 고려했습니다.


올리베티사의 컴퓨터 : we-make-money-not-art.com
올리베티사발렌타인타자기 : www.ganzomag.com

에토레 쏘트사스는 재료와 사물의 본질을 건드린 타당한 이유를 가진 감성을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안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디자이너입니다. 1980년에는 60대의 나이에 멤피스 그룹을 결성해 그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담아내면서 70-80년대의 새로운 디자인으로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6. 결론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에토레 쏘트사스, 피닌파리나가 가장 중요시했던 원칙은 사람과 제품에 대한 ‘사랑과 헌신’ 입니다. 제품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 열정과 사랑도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 기술에 좌지우지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디자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되돌아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만약 그런 열정과 사랑이 없다면 디자인은 현란한 잔재주에 불과합니다. UX 디자인 분야에서도 감각적인 잔기술로 연명하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디지털 장인’으로써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의 기량을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김민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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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디자인역사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