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담다', 2014 Core77 Design Award 수상 후기

2014. 6. 25. 00:40UI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년 약 3개월간, pxd에 입사하기 전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디자인 진흥원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총 5명의 팀원들이 진행한 것으로,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한 결과물 입니다. (참고 : UX 교육과정 선택하기) 서비스를 더 발전 시키고자 올해 2014 Core77 Design Award에 출품하게 되었고, 며칠 전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여기서 '더담다' 프로젝트는 Service분야 Professional 부문 최우수상인 'Winner'를 차지했습니다.^_^)

링크 : '더담다' 수상작 메인 페이지


'더담다' 서비스가 탄생하기 까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병원을 주제로 서비스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였습니다. Filed Research, In-depth Interview를 시작으로 문제를 좁히면서, 저희는 암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주목하게 되었는데요. 죽음을 앞 둔 환자가 겪는 우울함, 외로움, 고립감 등의 복잡한 감정들이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환자 가족들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말기암환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환자는 가족들이 아픈 자신을 신경 쓰는 게 미안하고, 자신의 존재가 부담이 될까 걱정하면서도 많은 관심과 보호를 받고 싶어 했는데요. 또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가족들에게 건강 정보를 시시 때때로 알려주고 주의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 가족의 경우, 직접 보호자가 아닌 가족들은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아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죠.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의 감정상태들 때문에 서로가 상당히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리서치를 하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에게는 하루 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한 일상이라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환자가 자기주도적으로 일상을 보내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고,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어릴 때 친구랑 돌려 쓰던 교환일기 기억 나시나요? '더담다' 서비스 컨셉도 교환일기처럼 환자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일상을 표현하도록 하자는 것이였습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면서는, Prototype Test를 통해 가까운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상을 나누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아보는 검증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암 시민연대의 도움을 받아 암환자와 보호자간 교환 노트를 쓰도록 부탁했고, 이로써 얻은 피드백을 실제 결과물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 과정이 컨셉과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암환우셨던 어머니가 딸과 주고 받은 교환 일기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온·오프라인 소통 서비스 '더담다'
'더담다'는 환자가 사용할 Tool-kit과 환자의 가족들이 사용할 스마트 폰 Applicatio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ool-kit에 포함된 책받침 형태의 스캐너는 고연령층인 암환우가 가족들과 소통하기 위해 학습 없이도 쉽게 사용 가능한, 아날로그 방식의 책받침을 멘탈 모델로 사용 했는데요. 미니 프린터 역시 환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소통 과정에서 느껴지는 상호간의 부담감, 의무감을 최소화 시키면서 가족들의 피드백을 통해 능동적인 사용을 유도했습니다. 자세한 서비스 시나리오는 영상을 참고 해 주세요.

서비스 시연 영상

Service design prototype 'The Damda' from Youlijung on Vimeo.



2014 Core77 Design Award 결과 소개
Core 77 Design Award란?

세계적인 산업디자인 전문 매거진 Core77에서 주최하는 국제디자인 공모전으로, 전문 디자이너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았고, 제품, 소프트웨어,가구 및 조명, 인테리어, 시각커뮤니케이션, 패키지, 인터랙션, 서비스, DIY등 17가지 분야로 나누어 작품을 공개 모집한 후 다양한 나라의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어워드는 올 해 1월 참가자 모집을 시작으로 마감과 심사가 5월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지난 6월 17일 Google 행아웃을 통해 생중계 발표 된 심사결과 및 코멘트 영상입니다. (30분 이후부터 '더담다' 발표가 이어집니다.) 행아웃을 이용한 생중계가 신선했는데요~ 이번 Service 분야 심사위원장에 영국의 서비스 디자인 컨설팅 기업으로 유명한 Live|work의 Founder&CEO인 Tennyson Pinheiro가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심사 결과와 함께 개재된 심사평도 함께 소개합니다.
JURY COMMENTS

Great way to connect online/offline touch points.

To cry for. The designer brilliantly spotted a delicate time span in people’s lives that is priceless and designed a service to make sure it can be experienced as it should be. Great empathetic eye.
The designer built a service-based teleportation machine. One that uses the digital and non-digital spaces to connect people in a crucial moment of their lives. This solution taps into a space that I've never seen anyone question before.
홈페이지에서는 올해 출품된 서비스 분야의 다른 수상작을 볼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Professional 부문 Runner up(2위) 까지의 모든 수상작이 '더담다'를 포함하여 Patient, Disease, Hospital, Pill과 같은 병원과 질병 관련 키워드로 연구된 결과라는 점이였습니다. 저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병원’이라는 거대한 몸집의 서비스 기관을 접하게 됐는데요. 피엑스디 입사 후 실무에서 또 한 번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서는 병원 관련 서비스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질 높은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절실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병원 서비스 산업이 세계적으로 이미 화두였지만 수상작들을 살펴보니 더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실제 서비스 되고 있는 작품도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후기를 마치며

'더담다' 프로젝트가 어워드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 사용자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투병 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손미미 멘토와 어머님, 뜻밖의 방문에도 기꺼이 배려해 주셨던 암 시민연대의 여러 관계자와 환우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3개월 내내 눈시울을 붉히며 참여했던 일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진정으로 공감하며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던 것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한데요.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디자인으로 치유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활짝 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여정에 함께 해 준 팀원들에게(김지현, 백용재, 윤혜주, 정주연, 정유리)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

[참고##서비스 디자인##]